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로도 잘 알려진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에릭은 흉측한 얼굴로 태어나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다. 결국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기 혐오와 공격성을 지닌 유령이 되어 어둠 속에서 살았지만 그는 천재적인 음악의 마법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크리스틴이라는 배우를 만나 그녀에게 자신이 가진 음악의 마법을 부여하여 공연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게 한다. 이 작품에서는 평생을 가면 뒤 어둠 속에서 살았던 외로운 유령이 크리스틴을 만나 필사적으로 빛으로 나아가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느껴진다.
우리에게는 가면으로 가리고 싶은 흉한 내면의 얼굴이 있을 수 있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은 가면 뒤 얼굴을 내밀기가 두려워 빛보다는 어둠 속에 있으려고 한다. 그런데 가면 뒤에만 숨어 살면, 어둠은 또 다른 어둠을 낳아, 더욱더 고립되고 만다. 결국은 자신의 어둠에 갇힌 '오페라의 유령'이 되어 가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눈앞에 안친 일을 어떻게 대처하는가. 혹 가면 뒤에 숨어버리거나 흐리멍덩하게 대처하여 뭇사람들로부터 원망을 듣지는 않았는가.
"점심때가 지나고 해 질 녘이 되어도 외할머니는 여전히 잠에서 덜 깬 듯이 흐리멍덩한 상태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는 두 팔을 허공에 휘두르며 위치 찾기에 바쁘고 동공의 초점은 흐리멍텅했다."
앞서 예시된 문장에 나오는 '흐리멍텅했다'는 잘못된 표기이다. '흐리멍덩하다'는 정신이 맑지 못하고 흐리다, 옳고 그름의 구별이나 하는 일 따위가 아주 흐릿하여 분명하지 아니하다라는 뜻으로 '흐리멍텅하다'로 표기하면 안 된다. "어제 과음을 했더니 오전 내내 정신이 흐리멍덩해서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일 처리가 흐리멍덩해서 상사에게 자주 꾸지람을 듣는다."로 쓰인다.
'안치다'와 이와 발음이 똑같은 '앉히다'에 대해 알아보자. '안치다'는 밥, 떡, 구이, 찌개 따위를 만들기 위하여 그 재료를 솥이나 냄비 따위에 넣고 불 위에 올리다라는 뜻 외에 어려운 일이 앞에 밀리다, 앞으로 와 닥치다의 뜻도 있다. "당장 눈앞에 안친 일이 많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언덕에 오르니 전경이 눈에 안쳐 왔다."로 쓰인다. '앉히다'는 '앉다'의 사동의 뜻 외에 무엇을 올려놓거나 설치하다, 문서에 어떤 줄거리를 따로 적어 놓다, 버릇을 가르치다의 뜻도 있다. "사장은 새로운 기계를 공장에 앉혔다." "자식들에게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앉히다."로 쓰인다.
이번 한 주 피곤한 아내를 방에 가만히 앉혀 두고 솥에 밥을 안치러 부엌으로 가는 사랑받는 남편이 되어보면 어떨까.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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