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노익장

입력 2011-06-17 11:01:31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사회를 '고령화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을 기점으로 노령인구가 7%를 넘어서 이미 고령화사회에 돌입했다. 이런 고령화 속도는 점차 빨라져 2022년에는 14%를 넘어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주변에는 건강한 노인들이 눈에 많이 띈다. '회갑잔치'는 이제 까마득한 옛날 얘기가 됐다. 예로부터 인생 70을 사는 것이 아주 드물고 희귀했다 하여 붙여진 '고희'(古稀) 즉 '7순' 잔치도 눈치를 봐가며 가족끼리 조촐하게 끝내는 세상이다. 동네 경로당에 가면 나이 70에 상석 차지는커녕 부엌데기로 설거지를 도맡아 해야 할 지경이라고 한다.

교보생명이 우리나라 40~69세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가 적어도 70세는 넘어야 '노인'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이 나이가 되지 않으면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노인 대접을 받지 않고 75세, 아니 80까지는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는 '청년 노인'들이 많아진 것도 이처럼 노인들의 마음이 젊어졌기 때문이다.

고려 말 우탁의 시조 "한 손에 막대 잡고 한 손에 가시 쥐어/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처럼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러나 마음이 젊으면 노화를 늦출 수는 있을 것이다. 고은 시인의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라는 표현처럼 등반길보다 하산길이 더 여유롭고 아름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8순이 넘었어도 여전히 젊음을 과시하는 것은 "변화는 단지 생존에 필요한 요소가 아니다. 개인과 회사, 국가도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변함없는 신념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이 노후 생활이다. 최근 유행하는 '노후를 행복하게 보내는 4대 요인'을 소개한다. 일건(健) 이처(妻) 삼재(財) 사사(事)가 그것이다. 첫째는 건강이 최고요, 둘째는 배우자가 곁에 있어야 하고, 셋째는 남에게 도움받지 않을 정도의 재산이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일거리가 있으면 금상첨화라는 뜻이다.

점점 젊어지는 노인 세대, 그래서 노익장(老益壯)인 모양이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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