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필드서 이틀간 10경기 '육상 지존' 가린다

입력 2011-06-17 11:33:50

"복합경기를 아시나요?"

복합경기는 트랙과 필드 경기를 섞어 이틀 동안 남자는 10개 종목, 여자는 7개 종목씩 치러 육상의 진정한 '지존'을 가리는 경기다. 한 번에 승부를 겨루는 단일 경기가 아니라 많은 종목을 이틀에 걸쳐 치르다 보니 경기 관전에 집중하기 어렵고 결과도 바로 알 수 없어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복합경기는 '만능' 선수들의 경합 무대로 '육상의 제왕' 대접을 받고 있다.

유럽에서 복합경기는 트랙과 도약, 투척 등을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인기 있는 종목으로 꼽힌다. 복합경기 대회가 별도로 열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우승자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라 불리기도 한다.

10종 경기 한국 기록 전 보유자인 박현권 경북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이틀 동안 10개 종목을 소화해야 하는 데다 스피드, 순발력, 도약력, 지구력 등 종목별로 각각 다른 체력과 능력, 기술을 요구하고 종목 순서도 완전히 다른 근육을 사용하도록 짜 경기하기 정말 힘든 종목"이라며 "휴식시간도 짧은 경우 30분밖에 되지 않아 체력 안배는 물론 달리기와 도약, 투척 등 다른 종목에 곧바로 적응하기 어려워 경기를 다 마치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고 했다. 김건우(문경시청)가 은메달을 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경기를 다 마친 선수는 6명뿐이었다.

남자 10종 경기(트랙 4'필드 6개)는 첫날 100m'멀리뛰기'포환던지기'높이뛰기'400m, 다음날 110m 허들'원반던지기'장대높이뛰기'창던지기'1,500m 등 종목을 순서대로 치러 종목별 성적을 채점표에 따라 점수를 합산, 순위를 가린다. 여자 7종 경기는 첫날 100m허들'높이뛰기'포환던지기'200m, 둘째 날 멀리뛰기'창던지기'800m 등 7개 종목에서 자웅을 겨룬다. 규정은 각각 개별 종목과 거의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트랙 종목의 경우 개별 경기는 부정 출발 후 곧바로 실격되지만 혼성경기에서는 1회에 한해 부정 출발이 허용되고, 도약 종목 중 멀리뛰기와 투척경기는 개별 경기의 6회와 달리 3회 시기만 허용된다.

점수는 순위와 관계없이 기록을 종목별 기준에 따라 점수로 환산하는데 예를 들어 남자 100m 경우 10초395를 기준(1천 점)으로 점수를 가감한다. 각 종목의 세계 기록을 기준으로 10종 경기에 적용하면 1만2천544점이 나오지만 현재 10종 경기 세계 기록은 로만 제블레(체코)가 2001년 작성한 9천26점이다. 여자 7종 경기 세계 기록은 재키 조이너 커시(미국)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작성한 7천291점이다.

'철인'이 돼야 하는 종목의 특성상 복합경기 선수들은 '특별 대우'를 받는다. 경기장 본부석 아래에 혼성경기 선수 대기실이 별도로 마련된다.

김만호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경기운영1부장은 "대기실에는 복합경기 선수들을 위한 침대와 담요, 베개, 매트리스, 라커룸 등이 준비돼 있다. 복합경기 심판도 따로 있어 선수 대기실에 가서 데리고 나와 바로 경기를 하고 마치면 바로 대기실로 데려간다"며 "빵이나 바나나 등 간식을 수시로 제공하며 식사도 선수촌에서 가져와서 뷔페식으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박현권 교수는 "한때 복합경기 선수들은 가장 큰 가방을 경기 때마다 일일이 메고 다녔다. 단거리, 도약, 투척 등 종목마다 종류별 스파이크를 다 가지고 다니고, 중간에 체력 보충을 위해 자신의 간식을 챙겨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사진) 로만 제블레, 짐 소프, 카롤리나 클루프트, 김건우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