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끼고 사는 유치원·초교생 학부모 고민

입력 2011-06-15 11:06:44

휴대전화 전자파가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자 학부모들은 자녀의 건강과 안전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한 초등학생이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휴대전화 전자파가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자 학부모들은 자녀의 건강과 안전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한 초등학생이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휴대전화 전자파가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에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전국 시도교육청에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전자파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권고하자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선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되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자녀의'건강'과'안전' 사이에서 고민이 쌓이고 있다.

◆휴대전화 없으면 '왕따'=14일 오후 북구 침산동 침산초등학교 앞. 일반 휴대폰을 쓰고 있는 장모(10'침산초 4년) 양은 "기말고사를 잘치면 엄마가 스마트폰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자랑했다.

장 양은 "휴대전화가 없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지만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면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받는다"고 했다. 장 양은 같은 반 친구 29명 중 26명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고, 그 중 10여 명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모(11'동덕초 5년) 군은 1년 전 부모님이 사준 일반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만 집에만 가면 부모님의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다. 게임도 다양하고, 신기한 앱도 다운받을 수 있기 때문. 이 군은 "예전엔 집에 가면 가방 던져 놓고 컴퓨터부터 켰지만 요즘은 엄마 스마트폰부터 찾는다"며 "얼마 전부터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조르고 있다"고 했다.

소아 및 청소년들의 휴대전화 보급률이 크게 늘어난 데는 최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증가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이 앞다퉈 '위치 추적 서비스'를 제공한 이유가 크다. 학부모들은 사용량을 제한해 특정 금액에 이르면 통신사가 서비스를 제한하는 월 정액제를 적용,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것도 자녀들에게 휴대전화를 많이 사주는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 경우 70% 이상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건강과 안전사이에서 고민=휴대전화 전자파 유해 논란이 일자 자녀의 휴대전화를 없애거나, 사주기로 했던 결정을 유보하는 엄마들도 늘고 있다. 김찬미(36'여'수성구 범어동) 씨는 "휴대전화 전자파가 성장기 어린이에게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데 한창 커가는 애들에게 질환을 안겨줄까 두렵다. 자녀의 휴대전화를 없앨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김순정(42'여'중구 대봉동) 씨는"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의 등하굣길 안전을 위해 휴대전화를 사주려 했지만 휴대전화 전자파가 유해하다는 소식을 듣고 당분간 보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서문주(38'여'동구 신천동) 씨는 "휴대전화가 생활의 필수품이 된 시대이고 아이들도 예외일 수 없다"며 "휴대전화를 사줬다 없애기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휴대전화 사용을 절제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관련 교육을 철저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대구지부 문혜선 상담실장은 "최근 어린이 휴대전화 보급률이 증가한 만큼 학교 차원에서 관련 소양 교육을 하고 휴대전화 전자파가 창의성 개발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규제하는 프랑스처럼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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