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시철도 3호선] <1>걱정과 기대 엇갈려

입력 2011-06-15 10:27:09

인근 저층 아파트 벌써 값 하락…강북 지역은 역세권 기대감 반영

잦은 고장으로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는 부산 도시철도 4호선 열차가 13일 동부산대학역에서 영산대역을 향해 운행하고 있다.
잦은 고장으로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는 부산 도시철도 4호선 열차가 13일 동부산대학역에서 영산대역을 향해 운행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개통한 무인경전철인 부산도시철도 4호선 지상 구간에 대한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의 불만 제기로 부산시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고가 구조물로 인한 상권 침체와 아파트 가격 하락 등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

대구도시철도 3호선도 개통까진 3년이나 남았지만 벌써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어두운 표정의 부산 4호선 주민들

13일 오후 부산 도시철도 4호선 동부산대학역. 진입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떠받치는 기둥이 인도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역사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맞은편에 식당 등 상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역사 시설물과 떨어진 거리는 불과 1m. 역사 지붕이 만들어낸 그늘은 가게 앞까지 드리워져 있었다.

역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정태(65) 씨는 "비만 오면 역사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가게 입구 앞에 쏟아진다"며 "도저히 장사를 할 수 없어 2억원 정도 손해를 감수하고 세를 주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불평했다.

도시철도 4호선 지상 구간 중 동부산대학역~영산대역 구간은 상가와 주택가가 밀집해 있다. 그러나 역세권 효과를 기대했던 상인들과 인근 주민들은 오히려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유동인구가 기대만큼 많지 않은데다 기둥 등 역사 시설물 때문에 영업에 지장을 받는다는 것이다. 페인트가게를 운영하는 박모(43) 씨는 "간판이 기둥에 가리는 바람에 장사를 그만뒀냐고 묻는 손님들도 많다"며 "공사 전에 비해 오히려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고 푸념했다. 실제 이 일대 상가 임대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김모(51) 씨는 "도시철도 4호선 개통 전에는 하루 평균 4, 5명이 상가를 보러왔는데 지금은 문의 전화조차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사생활 침해와 각종 소음으로 인한 불편도 호소했다. 동부산대학역 인근 Y아파트 주민 김모(45) 씨는 "날씨가 더워져 창문을 열고 있으면 도시철도 안내 방송까지 들릴 정도이고 열차 불빛이 늘 아른거린다"고 불평했다. 이 아파트 다른 주민 최모(37'여) 씨는 "3층인데도 전철을 타고 가는 사람들이 집 안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빨래나 샤워하기가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대구도 상권 침체

3호선 전 구간이 지상에 건설되는 대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도로 폭이 좁은 구간은 아파트 저층의 거래가 뚝 끊기거나 상가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14일 오전 대구 수성구 수성3가동 6공구 공사 현장. 중앙 2개 차로가 막혀 있고, 중앙선을 따라 10m 높이의 교각이 줄을 이었다. 가로수 높이의 교각은 햇빛을 가린 채 긴 그림자를 인도까지 드리웠다. 행인들은 이따금 'T'자형 구조물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주변 상가에는 '임대 2층 38평' 등의 플래카드와 빈 점포가 눈에 띄었다. 인근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손모(47'여) 씨는 "공사 시작 전 하루 60만원이던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며 "고가레일 아래 공간에 공영 주차장을 만드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각 서구 원대동 고성네거리 부근. 교각과 인접 주택가 및 상가와의 거리는 30여m. 교각에 가린 그림자는 상가와 아파트 1층을 덮고 있었다. 인근 아파트 주민 김혜연(35'여'서구 원대동) 씨는 "일조권 침해 때문에 이사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3호선 인접 아파트 거래도 실종되고 가격도 정체됐다. 최근 분양한 수성구 한 아파트의 경우 3호선과 인접한 동의 7층 이하는 거의 찾는 이가 없다. 조망권 침해를 우려한 탓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이모(53) 씨는 "계속 분양이 안 되면 분양가를 12%가량 낮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역세권에 대한 기대 심리로 분양가는 20%가량 뛰었지만 도로변 저층 아파트는 가격 변동이 없고 분양도 잘 안 된다"고 귀띔했다. 다른 공인중개사 송모(62'서구 원대동) 씨는 "일조권 침해를 우려해 도시철도 구간과 가까운 4층 이하 아파트는 거래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높은 교각이 밤에도 조명을 가려 손님이 줄겠다며 떠나는 상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북구는 역세권 효과 기대

반면 3호선과 주택 밀집지역이 떨어진 북구 태전동과 구암동 등 강북 지역 주민들은 '역세권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팔거천을 따라 노선이 들어서기 때문에 일조권이나 소음 등의 피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북구 구암동 K아파트에 사는 염동식(40) 씨는 "금호강 북쪽은 대중교통이 불편해 늘 소외감을 느껴왔다"며 "출퇴근시간이 줄어들고 주거 환경도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곳 상인들의 기대감도 컸다. 식당 간판에 '3호선'과 열차 그림을 그려넣은 김요섭(42'북구 태전동) 씨는 "3호선이 개통되면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대구 전역에서 손님들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공인중개소 대표 이태현(52) 씨는 "북구 지역은 일조권이나 소음 피해가 없는 역세권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아파트 거래량이 20~30%가량 늘었다"며 "타 지역 아파트보다 거래대금도 500만~1천만원가량 더 올랐다"고 말했다.

장성현·백경열·황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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