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그리느냐 하는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현대미술에 있어 어떤 소재를 선점하느냐는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양성훈은 3년 전 과감하게 기존 화풍을 버리고 전혀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변신 후 첫 전시를 18일까지 동원화랑에서 연다.
"창작 활동은 깜깜한 동굴 속을 더듬어가는 기분이에요. 하지만 제가 가는 길이 너무 익숙하고 환해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작가로서 재미가 반감되었고, 새로운 소재를 찾기 시작했어요."
그는 우연히 국립중앙박물관을 들렀다가 도자기에 매료됐다. 도자기에 나타난 세월의 흔적들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그는 기존 그림을 완전히 지우고, 도자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화풍을 시작하는 데엔 스승인 고 정점식 화백의 말이 큰 힘이 됐다. "스승님은, 작가가 그림을 바꾸는 건 목숨을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만큼 위험하지만 바꾸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라고 하셨죠."
실제로 새로운 그림을 그려 이전 작업보다 더 큰 인기를 끌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수많은 작가들은 성공한 자신의 작품세계를 버리지 못해 고뇌한다. 산수화의 느낌과 소나무, 바위 등을 화폭에 옮기던 작가는 가장 먼저 그림의 '바탕'을 지웠다.
"그림을 바꿀 때 자기 그림의 가장 좋은 점을 버리라고 스승님이 말씀하셨어요. 그렇지 않고는 거기에 매달려 벗어날 수 없다면서 말이죠." 그는 산수화 느낌의 바탕이 가장 장점으로 꼽히는 화가였다. 그는 바탕을 없애고 도자기만 그리기 시작했다.
최근 도자기를 그리는 화가가 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꽃을 그리는 화가는 정말 많잖아요. 하지만 작품마다 느낌이 다 달라 자신만의 색이 있지요. 도자기도 마찬가지예요." 그는 특히 도자기의 질감과 색을 중요시한다. 이를 위해 스무 번 이상 캔버스를 사포로 문질러 밑작업을 한 후 그림을 그린다. 도자기의 매끈한 질감이 그대로 살아나는 이유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대부분 국보급이다. 박물관에서 열심히 관찰한 후 그 느낌을 작업실에서 살려낸다. 그래서인지 그림이 몽환적이고 아련하게 느껴진다.
"40대 중반, 지금이 아니면 평생 그리던 그림만 그려야 할 것 같아 용기를 냈습니다. 새로운 그림에 대한 반응이 궁금합니다."053)423-1300.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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