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캐럴 '공동조사' 맞나…美軍 실질조사 늑장

입력 2011-06-08 10:45:45

한국측 주도권 뺏긴채 참관만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 민간대책협의회 및 대구경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7일 오후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롤 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매립 의혹 장소에 대한 직접 발굴 조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 민간대책협의회 및 대구경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7일 오후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롤 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매립 의혹 장소에 대한 직접 발굴 조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의혹에 대한 한미공동조사에서 토양검사 등 실질적인 조사와 정보공개를 꺼리는 미군 측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또 공동조사란 명분에도 불구하고 미군 측에 조사 주도권을 뺏긴 채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계기사 5면

미군 측은 최근 기지 헬기장에 대한 지표투과레이더(GPR) 조사에서 한국 측 조사단들이"미군 측이 들여온 장비가 5, 6m밖에 투과되지 못해 심도가 너무 낮고, 장비대수와 조사인력이 부족해 첨단장비를 새로 반입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묵부답이다. 미군이 기지내부 조사를 주관하고 한국 측은 참관만 하는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헬기장 지역의 GPR조사에서 장비 3대 가운데 1대만 가동하고 그것도 3일 조사에서는 배터리 방전 등의 이유를 들어 오후 작업을 아예 중단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사를 늦잡치면서 정작 지하 매립물에 대한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토양검사나 굴착검사 등은 미뤄지고 있다. 한미공동조사단은 또 직접 피해자인 칠곡군과 주민들 의견수렴은 물론 기초적인 자료와 조사일정도 공유하지 않고 일방통행 식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 종교단체 등은 미군 측의 공개적이고 투명한 진상조사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와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 민간대책협의회'는 7일 캠프 캐럴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투명한 정보공개, 피해주민에 대한 보상대책 수립, 오염된 국토의 원상회복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엽제 유입경로, 보관 장소 및 방법, 종류 및 총량, 매립'이전'처분 등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양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조사단에 포함시킬 것 ▷모든 매립의혹 장소에 대한 토양 시추조사 실시 ▷기지 주변 마을 및 지역의 암 발생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 한미공동조사에 대해 "미군 측이 주관하는 레이더 조사로 나온 결과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 고엽제 및 화학물질이 묻혔을 장소로 지목되는 구역 중 일부에 대해서만 진행하는 조사방식은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미군측의 소극적 태도는 고엽제 매립 의혹을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시도로밖에 비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미공동조사 과정에서 미군 측에 끌려다니며 주요 사안마다 미군 측 눈치만 보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정부는 미군 측과의 SOFA 환경분과위원회 협상에서 캠프 캐럴 내부는 한미 공동조사단이, 외부의 토양과 수질 등 환경상태는 민관 합동조사단이 맡기로 합의했지만 실상은 기지내부 조사에서 미군 측에 주도권을 뺏기고 있다. 또 캠프 캐럴 안팎 조사현장에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직원 1∼3명만 대응하고 있으며 국방부 역시 별도의 TF를 구성했지만 신경수 국제정책차장이 정부의 장관 방문때 현장에 동행하는 수준에 그쳐 고엽제의 실체를 파악하고 진실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1992년 작성된 미 공병단 보고서와 2004년 기지내 오염도를 조사한 삼성물산 보고서를 미군 측으로부터 넘겨받았으면서도 미군을 의식해 이를 완전히 공개하지 않아 여러 억측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지난달 공동조사단이나 부대현장 방문단 명단을 작성하면서도 지자체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방문자를 수시로 바꾸거나 대표성 있는 환경전문 시민단체들을 일방적으로 제외시켜 항의를 받았다. 심지어 캠프 캐럴 인근 지하수와 토양시료를 채취하는 과정에서도 한국 측 조사단들에게 채취 장소나 일정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일부 조사단들이 현장을 찾아 헤매는 등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정부가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차장을 팀장으로 하는 TF를 구성했지만 이는 현장과는 거리가 있는 관계부처 실국장들이 참여하는 회의기구"라며 "SOFA 협정을 핑계로 의혹 해소에 미온적인 태도를 버리고, 환경부 국방부 외교통상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실무TF를 구성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또 "정부는 칠곡군청에 상황실을 만들어 현장에서 직접 고엽제 사태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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