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논술 톺아보기] 경북대 AAT시험에 대한 바람

입력 2011-06-07 07:27:34

경북대학교의 '대학진학자격시험'(AAT) 문제가 공개됐다. 타 대학과는 차별화된 대학입학시험의 형식을 만들겠다, 논술을 준비한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학관계자의 고민이 일정 부분 녹아들어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 상황에서 볼 때 교육의 이상과 교육적 현실이 나름대로 조화를 이룬 긍정적인 문항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출제 의도나 모의시험 채점 결과 발표를 지켜본 다음 자세한 분석과 대안을 생각해야겠지만 주어진 물음의 형식적인 부분을 통해 몇 가지 기본적인 문제만 살펴보기로 한다.

인문계열 AAT는 제시문과 함께 3개의 세트로 된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세트는 2, 3개의 분리된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두 7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질문의 내용은 '설명하시오, 어떤 비판이 가능한지 서술하시오, 문제점을 비판해 보시오, 찬성 논리를 세워 보시오, 찬성 논리를 반박해 보시오, 논변을 완성하기 위해 들어가야 할 내용을 서술하시오, 어떤 비판이 가능한지 서술하시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분리된 문제에 대한 답변을 조건에 따라 다시 재구성하여 1천800자 내외의 논술문을 완성하는 이전의 논술에 비해서는 표면적으로는 훨씬 수월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문제를 대하는 학생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대한 답을 작성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7개의 질문 중에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논리적, 비판적인 사고와 결부된 답변을 요구하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비판 논리가 제시문에 대한 사실적인 이해를 전제로 하고 있기에 사실적인 제시문 독해 능력도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당연히 그러한 학습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자연계열 AAT는 인문계열과는 제법 많은 부분 차이를 보였다. 전반적인 문제 유형은 기존 자연계열 논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시 3개의 세트 안에 1~4개의 작은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질문의 내용은 '규정에 근거하여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각각 결정하고 그 이유를 간략히 서술하시오, 어디의 압력을 나타내는지 쓰시오, 특정 시기가 어디인지 쓰고 이유를 서술하시오, 현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서술하시오(2질문), 몇 %인지 계산하시오, 컵에서 수면의 위치는 어떻게 되는지 서술하시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어진 조건과 논리적인 추론을 바탕으로 하여 대상을 선택하고 이유를 밝히는 첫 번째 문제에 대해 다소 당황하는 학생들이 있었고,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피와 관련된 물리 문제는 어려워했으며, 심장박동에 관련된 생물 문제는 쉽게 접근하는 것 같았다. 인문계열 문제처럼 비판적인 사고보다는 학생들이 지닌 수학적인 문제해결력과 자연과학적인 지식을 토대로 해결과정과 그 결과를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러한 내용을 참고로 할 때 인문계열 AAT는 사실적 사고를 토대로 한 비판 논리, 자연계열 AAT는 수학과 과학교과에 대한 지식을 기본으로 한 객관적인 해결과정과 그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중심이었다. 물론 이러한 분석은 출제자들의 기본적인 출제 의도나 제시문과 질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선행되지 않은 표면적인 분석이다. 대학입시 관계자도 말했지만 학교 수업에 충실하면 모두 풀 수 있는 문제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과정에 의해 시험의 방식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험에 의해 교육과정이 무시되거나 왜곡되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비추어볼 때 시험의 형태는 아주 중요하다. 아직 모의시험이며, 학생들의 답안을 채점하는 과정에서 다른 문제점이 발견될 수도 있겠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인문계열 AAT 문항 중의 한두 문제는 사실에 대한 이해와 비판에 그치지 말고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는 문제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자연계열 AAT에서는 단순히 지식을 측정하고 과정과 결과를 묻는 문제를 넘어 실생활과 결부시킨 문제도 출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의 주체인 아이들은 미래의 주인공이며 그런 점에서 교육은 미래를 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를 기반으로 하여 '앞으로 거기'를 꿈꾸게 하는 것이 교육이기 때문이다.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경명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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