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서의 높은 사람이 되려면 임명되기 전에 국회에서 청문회를 한다. 옛날에는 대통령 제 맘대로 장관이니 대법관들을 임명하더니 요즘에는 꼭 이런 절차를 밟는다. 민주화를 실감을 하게 돼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럴 바에는 청문회는 왜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든다. 국회의원들은 청문회에 나온 사람의 능력이나 철학을 묻지않고 대부분은 편을 갈라 거기에 맞는 질문을 한다. 다음에는 국회에서 후보자가 부적격자로 소견이 올라가도 대통령은 남이야 뭐라 하든 말든 자신의 뜻대로 임명하고 만다. 이러니 청문회는 하나의 단순한 통과의례일 따름이지 뭐 하러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의과대학에 들어가면 바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정신과 등을 배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입학하니 엉뚱한 학문을 가르쳐 주었다. 영어, 수학, 독어, 라틴어야 그렇다 치더라도 논리학, 윤리학, 종교학, 철학, 경제원론, 법학통론 등을 배우는 데는 짜증이 났다. 이런 연유를 선생님들에게 따지듯 물으니 그 어른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의사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부터 되어야 하느니라"라고 대답들 하셨다. 의생 하나 만드는데도 이렇듯 먼저 인간을 말한다. 하물며 나라를 이끌어 가고 국민을 지도해야 할 큰 인물들을 뽑는 데야 성실하고 근면하고 정직을 기본 덕목을 가진 인간을 뽑아야 되는 게 아닐까?
3월 6일 신임 대법관에 대전법원장 박병대 판사가 제청됐다고 한다. 박 판사는 충청도 단양에서 초교와 중학교를 졸업한 뒤 집이 가난해 서울에서 주경야독하며 환일고 야간부를 졸업했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판사됐다는 다소 신파조의 약력. 그런데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은 다른데 있었다. 고교 시절 박 판사의 숙식과 학업을 한 자식 없는 독지가가 도와주었는데 박 판사는 그 은혜를 잊지 못하여 그 부부를 양부모로 모셨고 결혼식 때도 친부모와 그 양부모를 같이 자리를 했다고 한다. 나중에 양부가 별세했을 때는 친부처럼 손님들을 모시고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문상객들은 고인과 상주가 성이 다른 이유를 나중에 박 판사가 보낸 감사의 편지를 보고 알았다고 한다. 지금도 양부 제사를 모시고 혼자된 양모도 박 판사가 모시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사람은 많아도 진짜 사람 같은 사람은 많지가 않다. 오랜만에 선비를 만났다. 이런 사람들이 많으면 세상이 좀 더 행복해질텐데.
권영재 보람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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