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화합 한마당 체육대회…새터민 등 200명 참석
"북쪽에서 춤 좀 췄다 하는 분들은 앞으로 나와 시범 좀 보여 주시라요."
29일 오전 대구 중구 봉산동 경북대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운동장. 한 새터민(북한이탈주민) 여성이 춤사위를 요구하자 여기저기서 웃음보가 터졌다. 흥겨운 북한 음악이 흘러나오자 150여 명의 새터민들은'율동 체조'를 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박자에 맞춰 춘 춤은 북한식 국민체조.
한 새터민은 "북한 주민들이라면 누구나 어릴 때 이 체조를 배웠기 때문에 모두 알고 있다. 남한의 국민체조와 비교하면 북한체조는 곡선을 그리는 동작이 많아 체조보다 무용에 더 가깝다"며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이날 대구 지역 새터민과 자원봉사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남북화합 한마당체육대회'가 열렸다.'공감 북한이주민지원센터' 주관으로 열린 이 체육대회는 올해로 9번째. 청팀과 백팀으로 나눠지는 운동회와 달리 팀 이름에도 통일을 기원하는 소망을 깃들였다. 새터민들은 평화팀과 통일팀으로 나뉘어 남녀 짝축구와 엄마와 함께하는 장애물 달리기, 노래자랑 등을 하며 즐거운 한나절을 보냈다.
대구에 살지만 자주 보지 못했던 새터민들은 서로 안부를 물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새터민 이미영(가명'39'여'달서구 월성동) 씨는 "오랜만에 같은 고향 출신 사람들을 만나서 어울리니 어린 시절 추억도 떠오르고 즐겁다. 서로 사는 게 바빠 만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앞으로 더 자주 모여 친분을 쌓을 수 있도록 이런 행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체육대회가 새터민들에게는 화합의 장으로, 자원봉사자들에게는 '편견의 벽'을 허무는 기회가 됐다.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대학생 김진주(22'여'경북대 신문방송3) 씨는 "텔레비전 북한 소개 프로그램에서 본 새터민들의 모습은 무뚝뚝하고 말이 안 통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우리와 다를 게 없었다. 고향을 떠나 빈손으로 한국에 온 동포들을 더 따뜻하게 대해줘야겠다"고 응원했다.
현재 대구에 거주하는 새터민은 모두 617명. 이 중 73%인 448명이 여성이며, 30, 40대 여성은 303명이다.
허영철 공감 북한이주지원센터 소장은 "새터민들이 탈북할 때 보통 중국을 거쳐서 한국으로 오는데 남성들은 쉽게 북한 당국에 적발되는 반면 여성들은 몸을 숨기고 일하면 잘 적발되지 않는다. 새터민 중 여성 비율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에 정착하는 새터민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대구에 둥지를 튼 새터민은 2001년 15명에서 지난해는 103명으로 10년만에 7배 정도 증가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임대아파트 공급 추이에 따라 지역에 정착하는 새터민 수가 달라진다. 617명의 대구 새터민 중 256명이 달서구에 살고 있는데 월성, 성서 등 달서구 지역의 임대아파트 공급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수영'황희진기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