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교육감 "얘들아, 여기가 청라언덕이란다"

입력 2011-05-25 09:28:02

문화해설사 1일 깜짝변신 초등생 4학년 30명 인솔

'오늘은 교육감님이 일일 선생님'. 우동기(사진 왼쪽) 대구시교육감이 24일 매천초교 학생들을 인솔, 도심 역사문화 해설사로 나섰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을 어떻게 하면 잘 기억할 수 있을까? 만세 소리에 깜짝 놀란 일본순사들이 '이쿠이쿠' 하면서 달아났대. 어때? 이제 1919년을 안 잊어버리겠지?"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일일 도심 역사문화 해설사로 깜짝 변신했다. 우 교육감은 24일 오전 매천초교 4학년 30여 명을 인솔해 3'1운동길과 선교사 주택 등 근대 대구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중구 동산동 일원의 역사 문화 유적지를 소개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대구시와 시교육청, 중구청, 매일신문사가 '창의적 체험활동' 활성화를 위해 공동 진행하는 '도심골목 및 역사'문화 탐방'이다. 행사 취지에 공감한 우 교육감은 직접 메가폰을 둘러메고 해설을 맡았다.

탐방은 '3'1운동길'에서 시작됐다. 일명 '90계단'으로 잘 알려진 이곳은 1919년 3월 8일 대구 학생들이 만세행렬에 합세하기 위해 서문시장으로 향하던 길목. "지금 이 언덕을 넘어가면 서문시장으로 이어져. 옛날엔 시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기 때문에 만세행렬도 그곳으로 갔던 거지." '44, 45, 46…'계단 숫자를 세며 오르던 학생들이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덕을 올라서자 푸른 동산 가운데 자리 잡은 선교사 사택이 한눈에 펼쳐졌다. "이 언덕이 교과서에 나오는 '청라언덕'이야. 박태준이라는 작곡가가 있었는데 계성고등학교에 다니셨지. 그런데 등굣길에 늘 마주친 신명여고 여학생을 짝사랑하게 됐고 그 마음을 담은 게 가곡 '동무생각'이야. 여기가 그 무대지."

발걸음은 의료박물관과 교육'역사 박물관으로 개조된 선교사 사택 안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선교사 사택의 고풍스러움에 초롱초롱 눈을 밝혔다.

우 교육감은 "선교사들이 이 집을 짓고 나니까 사람들이 도시락까지 싸 와서 여기를 구경왔대. 100년 전에 지은 건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지?" 하며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의료박물관에 비치된 오래된 청진기와 주사기, 만삭의 몸인 임신부의 오래된 사진 앞에서 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피아노 앞에 선 우 교육감은 "우리 때는 피아노는 구경도 못했고 풍금이 가장 좋은 악기였다"며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교육'역사 박물관에는 메주틀, 인두, 풀무, 양동이 등 구한말의 생활용품들이 전시돼 있었고, 2층 3'1운동 역사관에서는 일제의 만행을 기록한 옛날 사진들이 전시돼 민족정신을 되새겨보는 기회가 됐다.

1시간의 탐방이 끝난 후 우 교육감은 "교실에서 하는 수업도 재미있지만, 이런 공부도 재미있지? 오늘 꼭 일기 써야 된다"고 주문했다. 매천초교 4학년 김예은 양은 "교육감 선생님과 직접 둘러보니까 너무 재미있었다"며 또박또박 오늘 듣고 배운 것들을 노트에 적었다.

우 교육감은 "학생들과 직접 도심탐방을 진행해 보니 창의적 체험활동 활성화를 위해선 이런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며 "학교 안팎의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을 더 보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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