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나라당, 한국노총과 관계복원 시급하다

입력 2011-05-25 09:32:00

지난 2007년 12월 10일,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와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 손을 맞잡았다. '2007년 대통령선거 정책 협정서'를 체결한 것이다. 그 골자는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2007년 12월 19일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한국노총 10대 정책 요구를 반드시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노총이 제시한 10대 요구사항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전임자 임금 노사 자율보장'이었다. 이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한국노총의 요구를 적극 검토하고 노사 간 논의를 존중하며 2009년까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답변서를 보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이 문제는 없던 일이 돼 버렸다. 결국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의 근간이 돼 버렸다.

올해 2월 24일 한국노총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선언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를 '반노동자 정당'으로 규정하고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한때나마 한나라당과 한배를 탔던 정책 파트너가 하루아침에 반정부 투쟁의 중심세력으로 돌변한 것이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한나라당과 정부 편을 들며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랬던 한국노총이 단단히 화가 난 것이다.

지난 4'27 재보선은 그 첫 작품이다. 한나라당을 '반노동자 정당'으로 규정한 한국노총은 강원지사 선거와 분당을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를 선언했다. 패인이야 어디에 있든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 패배로 이어졌다.

충격에 빠진 한나라당은 최근 신임 당 지도부가 한국노총을 찾아가 관계 복원을 꾀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노조법 개정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등의 상황 인식은 고무적이다.

현재 한국노총은 타임오프제 폐지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 폐지, 7월 복수노조 도입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노동현안 T/F팀을 구성키로 하는 등 모처럼 노동계의 목소리에 귀를 여는 모습이다.

필자는 어차피 화해의 손길을 내민 이참에 한국노총의 요구사항을 대폭 받아들여서 정책 파트너로서 관계를 재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대선공약이었던 국책사업이 국민적 갈등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공약 이행과 상황 변화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와 이용득 위원장 간 협정서도 노동계와의 공약사항이다. 이를 이행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있음은 물론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한국노총의 요구를 조건 없이 100%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복수노조 허용 및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는 한국노총도 참여한 노사정회의에서 충분히 논의돼 올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타임오프제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지난달 말 현재 타임오프제 시행은 전국 100인 이상 사업장 87%에 이를 정도로 정착단계에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는 국제노동기구(ILO)도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타임오프제가 정착되고 복수노조 시행으로 교섭창구가 단일화되면 양대 노총이 양분하던 노동운동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투쟁과 이념투쟁은 줄어들고 온건주의적 노동운동으로 재편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사정 합의로 개정된 지 1년밖에 안 된 노조법을 바꾸자는 것은 노사관계 선진화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보고 있다.

시행이 되기도 전에 법을 뜯어고치자는 한국노총의 주장에도 문제는 있다. 시행착오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시행해 보고 문제가 드러나면 고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기왕 새 원내지도부가 한국노총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동현안 T/F팀을 구성키로 한 만큼 전향적인 입장변화가 기대된다.

한나라당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특히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내년이면 총선이 있고, 연말에는 대선이 있다. 약속 불이행에 따른 논란이 불거질 게 뻔하다.

한국노총이 한나라당과 정책연대 파기를 선언한 틈을 타 민주당 등 야 4당이 한국노총의 요구사항을 담은 노조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의원 81명이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이 6월 국회에서 상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의 동의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안이 노조법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면 한나라당 입장에서 별도 수정안을 내놓으면 된다.

양측이 한 걸음씩 양보하자.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그것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고 한국노총 입장에서는 대의를 거스르지 않고 명분을 쌓는 길이다. 양측 모두에게 통 큰 발상의 전환을 기대해 본다.

이철우(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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