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를 위해 버린 것들이 이제 그리움으로…
우리나라 어느 도시를 가든지 비슷한 건물과 도시 환경을 만난다. 한마디로 개성이 없다. 예전에는 낯선 도시로 여행을 떠나면 그 고장만이 지니는 풍광과 멋스러움, 또 독특한 음식맛까지 곁들여 맛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요즘은 그 고장 특유의 음식맛조차 없어지고, 전국적으로 맛이 통일되고 있다. 여행자만이 느끼고 맛보는 흥미와 즐거움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중략) 살다 보면 자신의 고유한 향기와 빛깔을 간직한 채 여러 사람과 원만하게 어울리기가 쉬운 일이 아님을 자주 느낀다.'-봄날은 간다- 중에서.
집을 떠나 낯선 곳에 다다른 여행자는 그곳 고유의 풍광과 인심을 만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곳이 일상인 사람들은 안전과 편리함을 추구한다. 여행자는 아직 포장되지 않았던 소담스러운 흙 골목을 기대했는데, 그 동네의 주민들이 어느새 콘크리트로 바닥을 쳐놓은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안전하고, 배부르고, 평화롭고, 편리한 삶을 만들기 위해 달려왔다. 덕분에 더 안전해졌고, 평화로워졌고, 배도 불렀다.
그러던 어느 봄날 문득 '그리움'을 좇아 달려갔더니 그곳엔 마땅히 있어야 할 소담스러운 '흙길'이 없어지고, 집을 나설 때 보았던 아스팔트 보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책 '변방에 피는 꽃'은 하나를 추구했기에, 다른 하나를 잃어버린 사람이 보는 세상 이야기다. 저렴하고 안전한 제품을 위해 대량생산을 원했고, 대량생산은 규격화를 불러왔고, 좁은 도시 안에 넓은 집을 얻기 위해 위로 자꾸 올라갔고, 안전하고 빠르게 달려가고 오기 위해 길을 내고 차를 탔다. 그리고 문득 돌아보니 우리가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것들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이경희의 '변방에 피는 꽃'은 지난 시간에 대한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무서운 반동으로 우리가 받아쳤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고향, 농경사회, 안다고 다 말하지 않기, 숲, 변방, 골목길, 길가에 핀 한 떨기 풀꽃…. 어제까지 날카로운 눈으로 흘겨보았던 것들을 오늘 우리는 그리워한다. 192쪽, 1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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