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마저… MB에 대구경북은 있는가

입력 2011-05-16 10:56:39

"이젠 희망이 없다" 분노·절망감 확산…'정권퇴진' 등 반정부 전

'대한민국에 지방, 특히 영호남은 없다.'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에 이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입지까지 정치적으로 선정함에 따라 대구'경북'울산은 물론 호남지역민까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영남지역민들은 그동안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신공항과 과학벨트 유치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모두 무산 돼 '이제 희망이 없다'는 절망감과 함께 정부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초 과학벨트를 충청권인 세종시에 설치하려다 세종시를 원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확정하면서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는 표를 얻기 위한 것이었고, 원점에서 검토한 뒤 객관적 평가를 통해 입지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광역단체인 대전시와 기초단체인 포항시를 단순 비교하고, 경제성을 들어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시켜놓고 평가기준에 국제공항 접근성을 포함시키는 등 객관적이지 않은 평가를 통해 과학벨트 입지를 대전으로 사실상 사전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져 대구경북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등 기피시설이나 위험시설은 경북 동해안 등 지방으로 내려보내고, 주요 연구기반이나 성장동력산업은 수도권이나 범수도권인 충청권에 배치함으로써 수도권 집중화를 부추기고 있다.

지역민들은 '수도권공화국' '지방무시정부' 등으로 규정하면서 현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을 성토하고 있다. 또 원전과 방폐장 등 기피시설의 반납과 과학벨트 평가기준에 대한 법적 소송 검토 등 강경대응과 함께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표를 통해 심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억울하다. 대구경북은 원전과 방폐장 등을 받아들이고 낙동강사업 등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왔는데, 돌아온 결과는 지방에 대한 철저한 소외"라며 "미래 성장동력인 연구기반시설은 빼고 기피시설만 지방에 내려보낼테면 원전과 방폐장도 정부가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신공항도, 과학벨트도 안되면 대구경북에 미래는 없다.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대형 프로젝트나 성장동력이 모두 무산된 마당에 이제 지역은 희망을 갖거나 힘을 쏟을 곳이 어디에 있느냐"고 말했다.

경북도를 비롯해 포항, 경주, 구미 등 지자체는 정부를 상대로 과학벨트 평가기준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사전에 언론 등을 통해 유출한데 이어 과학벨트 대전 선정설도 입지 발표일인 16일 이전에 정치권과 언론에 흘린 것도 시도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김명용(43)씨는 "현 정부가 지방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서 우롱하고 있다. 신공항도, 과학벨트도 사전에 정치적으로 다 결정해놓고 지방민들을 떠보는 비열할 방식을 쓰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정부가 아니라 도박꾼이나 사기꾼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16일 오후 과학벨트 사전내정설이 확인될 경우 지역 정계, 학계, 산업계, 자치단체를 비롯한 영남권 각계는 정부의 정치적 결정에 대한 대정부 투쟁까지 벌일 것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이달 13일부터 15일까지 포항, 구미, 경북도청 등에서 잇따라 열린 과학벨트 범시도민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은 "과학벨트 입지선정이 정치논리에 따라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져 신공항 백지화로 상처난 영남인들의 가슴에 또다시 비수를 꽂는다면 정권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삭발을 통해 강력한 과학벨트 유치 의지를 나타낸 이상효 경북도의회 의장도 "불합리한 기준에 따라 입지가 선정될 경우 대정부 전면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단도 최근 성명을 통해 "정부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과학벨트 입지를 선정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시'도민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시'도민들은 "신공항도 과학벨트도 무산되면서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표로 심판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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