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에 찾은 대구 성서공단내 섬유회사인'ST원창'.
섬유회사인 이곳은 요즘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하기 바쁘다. 물량을 맞추기 위해 최근 공장 증축까지 했다. 준공식을 하기도 전에 공장에 있는 약 80대의 기계들이 섬유를 뽑아내고 있었다. 이곳의 섬유연구소 이종우 소장은"올 들어 직원을 30명 추가로 뽑아야 할 정도로 경기가 좋다"며 "비수기, 성수기 구분 없이 앞으로 3~5년 동안 꾸준히 물량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침체기를 겪던 대구경북의 섬유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쏟아지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모든 기계를 가동하고 공장 증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전망'이 없다며 섬유산업을 떠났던 이들도 다시금 돌아오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대구경북 산업을 이끌었던 섬유 산업은 2000년 들어서면서 급격히 추락했다. 값싼 인건비와 대량생산을 무기로 한 중국과 기술력을 앞세운 일본 섬유에 글로벌 시장까지 모두 내줬다. 대구경북 섬유 수출은 2000년 29억7천5백만달러에서 매년 하락해 2006년 22억달러로 저점을 찍었다. 섬유회사 역시 하나씩 둘씩 무너졌다.
하지만 최근 2, 3년 사이 대구경북 섬유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경쟁 상대였던 중국산 섬유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가격경쟁력이 강화됐기 때문. 이와 함께 다품종 소량생산과 고밀도 박지 직물생산 등으로 업종이 선회하면서 기술력까지 갖춘 점도 섬유업 부활에 한몫했다.
한국섬유마케팅센터 김홍기 본부장은 "한국 섬유의 지난해 수출액은 2009년에 비해 21% 성장했고 올해 1/4분기 성적 역시 지난해보다 20% 늘었다"며 "기업들의 차별화 품목 개발과 제품의 질이 좋아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28억5천만달러를 수출해 2000년 수준까지 회복했으며 올해 수출액은 30억8천만달러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올해 1, 2월 대구경북 섬유 수출액은 4억7천600만달러로 전년 동기(3억9천100만달러) 대비 21.8% 증가했다. 2009년 11월 이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
이처럼 최근 국'내외 섬유 시장이 살아나면서 섬유회사들은 앞다퉈 기계를 늘리거나 공장을 증축하고 있다.
중동지역에 이슬람 민족의상인 차도르를 수출하는 신화섬유공업은 최근 기계를 늘려 연간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200만 야드 늘릴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비가 부족할 정도로 섬유경기가 좋아졌다"며 "주문량을 모두 소화하지 못해 다른 곳에 아웃소싱을 줄 정도까지 이르렀다"고 웃었다.
섬유 산업의 활성화는 섬유 업계를 떠났던 이들을 다시금 불러들이고 있다. 무역사무소를 운영하며 섬유제품을 수출하던 ㈜신우모다는 올 3월 섬유 공장을 인수해 직접 제작에 나섰다. 이 회사 권진호 대표는 과거 대구 섬유 기업이던 '태왕'에서 핵심 간부로 근무했다.
권진호 대표는 "10년이 넘게 섬유 일을 해오다 무역 쪽으로 방향을 바꿨었다"며 "하지만 앞으로 3년 이상 섬유 주문이 늘 것으로 예상돼 다시 섬유회사를 차리게 됐다"고 밝혔다.
가업을 잇는 젊은 섬유 리더도 늘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측은 "2006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섬유 산업 차세대 리더 양성 과정'에 2세대 젊은 CEO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 기업의 부설 연구소도 증가추세다. 6일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대구경북 섬유 기업 부설 연구소는 2006년 53개에서 지난해 140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연구원 수도 241명에서 469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관계자는"연구소를 통해 지역 섬유업체들은 주력제품인 의류용 직물은 물론 초경량'극세사 제품과 전후 가공기술에 의한 기능성 제품 등의 개발이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 일본의 기술도 따라잡을 것이다"며 "대구경북의 섬유가 1990년대의 호황을 누리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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