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읽은 신문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20, 3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스마트폰과 연애의 상관관계에 관한 내용인데, 응답자의 약 80%가 스마트폰이 연인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했다. 연애에 있어 스마트폰의 순기능은 실시간 안부를 맘껏 주고받을 수 있는 무료 문자의 경제적 이익, 맛집 등 데이트 코스 검색의 편리성 등으로 나타났고, 역기능은 대화와 스킨십 감소, 온라인 데이트 증가, 사생활 간섭 등으로 조사되었다.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연인과의 대화와 스킨십이 줄었다라는 대목이었다. 스마트폰이 뭐기에 애인 사이의 대화와 스킨십까지 줄어들까 싶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두 달째. 나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지난 3월 23일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국민 5명 중 1명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며 20, 30대는 10명 중 6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가진 것으로 집계된다. 수치로만 봐서는 본격적으로 스마트 시대에 돌입했다. 나도 스마트 사회의 구성원이다. 그러나 과연 스마트한 선택이었던가는 고민이다.
몇몇 얼리 어답터나 IT종사자를 제외한 그저 평범한 30, 40대들은 스마트폰으로 교체하기에 앞서 나름의 고민과 사연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아마도 이런 경로가 아닐까 싶다. '나 원 참, 사무실이든 집이든 항상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요즘 시대에 굳이 스마트폰까지 필요할까. 더욱이 자가운전을 하고 있다면 도대체 언제 스마트폰을 이용한단 말인가. 지금 3만원만 하면 한 달 이동전화 통신비로 충분한데 스마트폰은 도대체 얼마를 내야 하나. 휴대폰만으로도 사생활 방해가 많은데, 이제 365일, 24시간 수많은 메일과 호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구나. 전화기가 왜 이렇게 비싸고, 기능은 또 왜 이리 많은지, 학원을 다녀야 할 판이군. 그렇지만 나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에 스마트폰 하나쯤은 들어줘야 하는데. 시대에 뒤처질 수는 없지.'
그다지 스마트하지 않은 선택 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은 많은 부분의 생활 패턴을 바꾸어 놓았다. 같은 스마트폰 사용자끼리 앉으면, 새로 나온 마켓(애플리케이션 장터)의 앱을 공유하느라 바쁘다. 먼저 스마트폰을 구입한 스마트폰 선배는 나이 든 기계치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느라 여념이 없다. 받은 명함을 스마트폰으로 바로 스캔하는 것에 탄성을 지르는 것은 직장인 초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통과의례이다. 회의 시간도 훨씬 알차졌다. 누구, 무엇 할 것 없이 소재로 언급되기만 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 검색을 통해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낯선 곳에 가서 헤매는 일도 줄어들었다. 장소 검색은 물론 맛집, 숙소, 교통정보 등 스마트폰 하나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쉽게 해결 가능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편리하고 좋은 점들이 있다. 정말 스마트한 스마트폰인가 싶다.
그러나, 내게 있어 스마트폰은 여전히 스마트하지 않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사람들은 눈앞의 사람과 현실보다 스마트폰 스크린의 정보에 더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도, 동료 간에 회의를 해도 서로의 눈을 보는 시간보다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확실히 늘어났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따사로운 정은 예전보다 훨씬 덜하다. 어느 순간 집에서도 늘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특별한 이유없이 실시간 뉴스를 보고, 가입한 온라인 카페를 방황하고, TV홈쇼핑 물건의 가격비교에 열을 올린다. 식구들과 이야기할 시간은 더욱 줄어들었다. 아이들은 저녁이 되면, 아빠보다 아빠가 갖고 있는 스마트폰을 더 기다린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르나 실제 많은 가정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거나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의 정보 격차와 스트레스도 심각하다. 여전히 스마트한 스마트폰인가 고민되는 지점이다.
많은 학자들이 스마트폰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반한 소통수단의 혁명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기반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사회는 스마트폰 혁명에 동조하지 않으면 곧 낙오될 것 같은 분위기로 몰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의심 많고, 낯가림 심한 나 같은 이들에게조차 스마트폰이 과연 스마트할 것인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김성애(대구경북연구원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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