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로 팔리는 대구 대형빌딩

입력 2011-05-09 10:52:30

내놓은 매물마다 외지인 인수…지난해 이후 6곳 중 4곳 넘어가

대구 지역 대형 빌딩의 외지 자본 소유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토종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내놓은 빌딩 대다수가 외지 기업에 매각되고 있는데다 빌딩 신축 또한 외지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오랜 경기 침체에다 지역 재력가의 보수적인 투자 성향 탓에 알짜로 불리는 대형 건물이 매물로 나와도 매수할 주체가 없어 대형 건물의 외지 기업 소유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후 소유주가 바뀐 대형 상업용 빌딩은 모두 6곳이며 이중 4개 빌딩이 외지 기업에 팔렸다.

작년 9월 66억원에 매각된 중구 아미고호텔은 서울의 주택업체가 인수했으며 올해 매각된 만촌동 우방 본사건물과 태왕 모델하우스 건물도 외지 기업이 매수했다.

또 대구역 앞 대우빌딩과 2009년 매각된 중구 하서동 및 서구 내당동 삼성생명 빌딩도 서울 기업들이 인수했다.

청구 소유였던 대구방송(수성구 두산동)과 청구 본사 빌딩(수성구 범어동)은 지난해 대구방송과 대구상조가 사들여 그나마 자존심을 지켰다.

대구 기업이 줄도산을 했던 IMF 이후 또 한차례 대형 건물 손바뀜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형 빌딩 중 지역 자본 소유 건물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종합서비스 업체 교보 리얼코에 따르면 연면적 기준으로 대구 5대 빌딩은 삼성생명(반월당), 대구파이낸셜센터(구 대동은행), LIG빌딩, 호수빌딩, 삼성화재 등 이며 모두 외지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표 참조)

호수빌딩은 과거 갑을방적 소유였으나 지금은 미국의 GE사로 넘어갔고 대동은행 건물이었던 대구파이낸셜센터 역시 현재 대구노보텔 소유주인 도란캐피탈이 주인이다.

보수적인 지역 자본에 비해 외지 기업들은 인수 후 리모델링을 통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실제 호수빌딩의 경우 갑을방적이 600여억원을 들여 건물을 지었지만 부도를 맞고 경매시장에서 230억원에 부산 자본인 우리들병원에 넘어갔고 이후 리모델링을 통해 3년 전 두 배가 훌쩍 넘는 530억원에 GE에 되팔렸다.

대구노보텔도 마찬가지. 밀레오레를 도란이 사들여 호텔로 구조를 바꿔 건물 가치를 올렸다.

엘디스리젠트 호텔(구 동산호텔), MMC만경관 극장, 지오다노, 보람빌딩 등도 외지인들이 사들여 리모델링 한 대표적인 사례다.

대구공인중개사협회 정용 회장은"대형 빌딩이 매매 시장에 잇따라 등장하지만 대구 자본은 임대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좀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며 "반면 외지 기업은 인수 후 리모델링을 통해 차익 실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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