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실크로드] (18)황사 진원지

입력 2011-05-07 07:55:00

모래 바람과 사흘간 '동행'…남한 17배 면적 '사막화' 진행 중

사막의 일몰 풍경이 심한 황사 때문에 흐려져 보인다. 중국 황사의 진원지인 타클라마칸사막 지평선 서쪽으로 해가 저문다.
사막의 일몰 풍경이 심한 황사 때문에 흐려져 보인다. 중국 황사의 진원지인 타클라마칸사막 지평선 서쪽으로 해가 저문다.
쿠처 부근을 통과할 때 심한 황사가 몰려와 도시 전체가 뿌옇게 흐려 보인다.
쿠처 부근을 통과할 때 심한 황사가 몰려와 도시 전체가 뿌옇게 흐려 보인다.
카슈카르 시장 부근에서 짙은 황사가 바람를 타고 날아오자 두 여성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카슈카르 시장 부근에서 짙은 황사가 바람를 타고 날아오자 두 여성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단계적 녹화사업으로 사막 부근 도로변에 많은 나무가 심어져 있다.
중국 정부의 단계적 녹화사업으로 사막 부근 도로변에 많은 나무가 심어져 있다.

이번 실크로드 탐사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물 속에 마스크와 비닐봉지도 함께 넣었다. 가이드북에 모래바람을 특히 조심하라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베이징과 시안을 거치면서 도시 전체가 흙먼지같은 부유 물질로 뿌옇게 흐려있는 것을 보았다. 연중 옅은 황사가 끼어 있고 배기가스로 오염된 이들 도시는 오래 머물 곳이 아니었다. 난주를 지나 둔황 석굴에 들렀을 때에는 청명하고 맑은 날씨가 계속됐다. 하서회랑을 지나 오른쪽으로 천산산맥을 끼고 서쪽으로 대륙을 횡단하면서 왼쪽에 타클라마칸사막이 나타나는 실크로드 본류에 접어들자 양상은 달라졌다. 하미꽈로 유명한 하밀을 지나 투루판으로 접근하면서 도로는 사막 쪽으로 가까워졌다. 일직선으로 뻗은 4차로 포장도로를 달리는 도중, 갑자기 정면 시야가 누런 모래바람에 막혀 버렸다. 실로 일순간에 버스는 모래폭풍의 한 가운데 들어있는 셈이 됐다. 기사는 자주 있는 일이라며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서행으로 계속 나아갔다. 마주 오는 차들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경적을 울리며 옆으로 지나갔다. 차창은 닫았지만 누런 모래먼지가 긴장된 분위기로 조용해진 차안에 가득했다. 말로만 듣던 중국 신장지역의 지독한 모래폭풍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중국 서쪽 국경에 가까운 카슈카르에 도착할 때까지 약 사흘 동안 이 같은 현상은 간헐적으로 발생했다.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보면 얼굴과 손발, 옷과 가방 등에는 낮 동안 동행한 흙모래도 가득 따라와 있었다. 귀찮은 이 모래바람은 하늘을 뿌옇게 하므로 시정이 좋지 않아 깔끔한 사진을 기대할 수 없었다. 미세한 먼지들은 카메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좋지 않고 무엇보다 당장 코와 목이 아프고 눈이 따가우니 고역이었다. 저녁 식사시간에 우리는 중국에서 가장 넓은 타클라마칸사막에 황사발생의 책임을 돌리기 전에 중국 국토의 사막화를 우려하는 즉석 토론회로 이어졌다. 중국 전체 국토의 18%를 차지하는 사막화 지역은 남한 면적의 17배에 해당하는 약 174만㎢로 완전 복구하는데 앞으로 약 300년이 걸릴 전망이라고 한다. 황사의 발원지는 황하유역 및 타클라마칸사막, 몽골 고비사막 등인데 전국의 가용 초지 가운데 매년 2%씩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최근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 및 산림개발로 인해 토양유실과 황사의 발생지역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0년 간 사막화 된 면적이 과거 2천년 동안의 사막화 면적과 같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는 중국 정부도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향후 2030년까지 단계적 녹화사업인 '전국생태환경건설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한편 실크로드 여행을 하면서 누란 왕국의 유적지를 찾지 않았음이 결과적으로 잘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이미 보도를 통해 알려진 중국의 핵실험 관련 내용을 그때는 모르고 있었다. 위구르어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이라는 뜻인 타클라마칸사막에서 핵폭탄 실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산케이신문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실시한 핵실험 피해로 약 30년 동안 위구르인 등 19만 명이 급사하였고, 급성 방사선 장애 등 중대한 영향을 입은 피해자는 129만 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일본 삿포로 의과대학의 다카다 준(高田 純) 교수의 주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 일본에서 핵의학 부문의 최고권위자로 후쿠시마 원전관련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는 다카다 교수는 1964년 첫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1996년까지 폭발 횟수도 46회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 무서운 장소가 타클라마칸사막의 동쪽 편에 포함돼 있는 누란 부근이었다. 우리는 둔황을 둘러 본 후 정해진 루트대로 누란과는 반대 방향인 북서쪽의 하밀로 향했다. 둔황 남쪽 사막 가운데 있는 누란은 약 2천년 전에 존재했던 수수께끼의 나라였다. 일본 NHK방송 취재팀은 1981년 중국 군대의 허락을 받아 핵실험 지역이 포함된 누란 유적지를 방문, 심층 취재했었다. 그 후 책과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실크로드가 유명해지자 1996년까지 일본인 관광객 약 27만 명이 방문했다. 당시에는 핵실험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누란지역에도 많은 사람들이 발을 들여놓았을 가능성이 있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1996년 중국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가입한 뒤에야 핵실험은 중단되고 누란 부근 사막은 평온을 되찾았다. 그러나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서유기의 현장 법사에게 대항하는 요괴나 악귀는 그 당시 여행자를 괴롭혔던 모래 폭풍이나 화염산의 열풍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그 모래먼지는 방사능이 포함된 지금의 황사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답답한 사람이 샘 판다고 황사의 직접 피해국인 한국과 일본은 사막화방지협약(UNCCD)을 통해 지역적'국제적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오는 6월 17일은 UN이 정한 '국제 사막화 방지의 날'이다.

글'사진: 박순국 (전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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