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선거, 큰 의미' 승패따라 대권주자들 울고 웃는다

입력 2011-04-27 10:26:26

대권 잠룡들 정치지형 변화 어떻게 될까

대선 잠룡들도 4·27 재보선 결과에 따라 정치좌표가 바뀐다. 그들에게도 결전의 날이다. 이번 재보선은 크기는 작지만, 의미는 크다. 중앙당 차원의 사활을 건 선거전이기도 했다. 그만큼 내년 총선과 대선의 바로미터라는 의미가 컸다. 잠룡들은 선거 결과에 따라 어떤 표정을 지을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당 지도부와 주류 소장파 그리고 강재섭 후보 측 등에서 '박근혜 역할론' 내지 지원 요청이 제기됐지만 박 전 대표는 "선거는 당 지도부 차원에서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강원도지사 선거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당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특위 고문 자격으로 두 차례 강원도를 찾았고 정치권이 이를 '간접 지원 유세'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지사 선거 승리에는 약간의 공이 돌아오겠지만 패할 경우에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은 상처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분당을의 사정은 복잡하다. 선거 불개입을 선언한 박 전 대표는 승리의 공을 나눌 수가 없다. 강재섭 후보가 이길 경우, 반이재오 대열에 전력이 강화된다는 차원에서는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고 할 수 있지만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했던 강 후보로서는 섭섭한 감정도 없을 수 없어 두 사람의 관계는 두고 볼 일이다. 만일 질 경우에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친이파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손학규 대표로서는 분당을 출전이 큰 정치적 모험이었다. 하지만 이긴다면 얻게 될 것이 훨씬 더 많다. 수도권의 야성(野性)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된다. 중산층, 강남, 화이트 칼라층에도 민주당이 교두보를 확보하게 되고 그 중심에 손 대표가 자리 잡는 수확을 얻는 것이다. 전국적 지지도도 올라간다. 분당을에서 이기면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박 전 대표와도 당당히 양강구도를 이룰 수 있다. 야권 단일후보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당내 경쟁자는 물론이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된다. 원외 당 대표로 당 장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원내로 복귀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면 패할 때는 공개적인 책임 추궁의 대상이 되지는 않겠지만 정치적인 위축은 불가피하다. 다만 적진에 혼자 들어가 '나 홀로 선거 운동'을 벌인 점은 인정받을 수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올인하다시피한 김해을 선거에서 이봉수 후보가 이길 경우 유시민 대표의 지지율은 크게 오른다. 야권 내 위치도 더 강고해질 것이다. 덩달아 국민참여당 인지도와 지지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김해에서 대선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김문수 현 경기지사에게 아깝게 패한 그로서는 전국적인 정치 지도자로서 공인을 받게 되는 효과도 얻을 것이다. 하지만 김해을에서 패하면 받을 치명타는 아주 크다. 잠룡 대열에서 탈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문수, 정몽준, 오세훈

손 대표가 분당에서 승리한다면 김문수 경기 지사의 발걸음은 가벼워질 것이다. 경기지사를 지낸 이력만으로도 김 지사의 경쟁력에 사람들이 주목할 것이기 때문이다. 손 대표가 분당을에서 중산층, 보수세력을 아울렀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김 지사는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저소득층, 진보세력 일부를 안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될 것이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는 승패 여부에 따른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불협화음의 장본인도 아니었다. 하지만 분당을에서 강재섭 전 대표가 입성하면 박근혜 전 대표 측과 손잡을 가능성도 커 정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적신호가 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방문 중 "우리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어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나라당이 압승할 때만 힘을 얻을 수 있다. 분당을과 강원도 선거에서 이길 경우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원활해지고 안상수 대표의 당권 장악력이 높아지면 친이 잠룡들의 활동 영역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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