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사면 일주일, 집 사면 일년간 행복하다는데…뭘 사야 평생 행복할까
일전에 만난 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연찮게 '과시 소비'가 화젯거리로 올라왔다. 그는 "정말 웃기는 일도 있었다"며 꽤나 오래 된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주었다. 짧게 옮겨보자. '유통업에 종사했던 한 친구가 있었다. 패션의 본고장이라는 프랑스 파리에서 여성용 속옷을 수입해서 서울 모백화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프랑스제였지만 수입가는 1만원 안팎이었다. 나름대로 비싸게 판답시고 가격표에 2만~3만원을 붙였는데 거의 팔리지 않았다. 프랑스제이지만 싸구려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생각 끝에 그 친구는 매장을 조금 바꿔서 가격을 15만~20만원으로 올렸다. 수입한 물량은 일주일 만에 동나고 말았다.'
◆당신은 행복 순위 몇 등?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09년 'OECD 국가 행복지수 산정결과로 본 우리나라의 행복 수준'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제적 요인, 자립, 형평성, 건강, 사회적 연대, 환경, 주관적 생활만족도 등 7개 부문을 종합해 산출한 행복지수였다.
여기서 한국은 30개 회원국 중 종합 순위 25위를 차지했다. 스위스가 1위였고, 우리나라보다 낮은 순위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와 멕시코, 터키 5개국뿐이었다. 사회 자립분야에서 15위로 중위권에 속했던 우리나라는 형평성(27위), 사회적 연대(26위) 등에서 평균을 까먹고 말았다. 자립은 '고용률, 교육년수, 학업성취도' 등을 지표로 삼는 데 비해 형평성은 '지니계수, 상대빈곤율, 아동 및 노인빈곤율' 등을 지표로 보며, 사회적 연대는 '자원봉사, 자살률' 등을 조사한다.
보다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앞서 순위만으로 우리나라 상황을 정리해 본다면, '어느 정도 교육을 받고 일자리도 구할 수 있지만 갈수록 소득 불균형은 심해지고, 그로 인한 불만이 팽배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평균 숨지는 사람은 24만여 명에 이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총사망자 24만7천 명 중 무려 1만5천400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8년 통계치에 비해 2천500여 명이 늘어난 것이다.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2배가량 많은 숫자다. 1999년 자살은 전체 사망원인 중 7위에 그쳤지만 10년 만에 4위로 올라섰다.
◆소비하면 행복해질까?
'과시적 소비-사회적 불균형-극단적 선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히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남들만큼 소비하지 못하면 남들만큼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바꿔 말하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소비, 즉 과시적 소비를 한다면 상대적으로 더 행복할거야'라고 느끼지 않을까?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옷을 사면 일주일, 차를 사면 한달, 집을 사면 일년간 행복하다고 말한다"며 "스스로 경험하면서도 늘 마약 중독자처럼 소비에 몰입하고, 만족스런 소비를 할 형편이 안 되면 금단현상을 겪게 된다"고 했다.
최근 출간된 책 '더 많이 소비하면 우리는 행복할까?'(야마다 마사히로, 소데카와 요시유키 지음)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물질적 풍요가 곧 행복은 아님을 알면서도 왜 현대인은 풍요와 소비를 추구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그러면서 '행복의 펜타곤 모델', 즉 5가지 행복 요소를 제안한다.
인생의 충실함을 높이는 '시간밀도', 무언가 해냈을 때 느끼는 '만족감', 스스로를 높이는 '자존감', 다른 사람의 '인정', 원하는 바를 할 수 있는 '재량의 자유'가 그것이다. 결국 소비를 통해 이런 요소를 충족하는 것이 아니라 5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한 소비야말로 현명한 소비이며 행복으로 나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현대인은 거꾸로만 가고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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