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등 16개大 기초종목 영재 발굴 육성
축구, 야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종목이다. 운동에 소질 있고 선수를 꿈꾸는 아이들 대부분은 이들 종목에 먼저 눈길을 보낸다. 기초 종목 중 수영은 박태환이라는 '세계적인 스타'가 등장하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육상은 여전히 비인기 종목이다. 스포츠의 가장 기본인데도 힘들고 장래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스포츠 제전 중 하나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 27일~9월 4일)를 계기로 육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선수 육성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육상 저변 확대 및 육성 프로젝트도 시작됐다. 기초 종목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체육영재육성사업이 대표적이다.
◇세계적 육상 스타 산실을 꿈꾼다
체육영재육성사업은 전국 시도에 한 개꼴로 지역거점별 체육영재센터를 지정, 스포츠 과학에 기반을 둔 육상, 수영, 체조 등 기초 종목 영재를 발굴해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2009년 처음 시작한 이 사업은 올해 서울대, 이화여대, 한체대 등 전국 16개 대학의 체육영재센터에서 시행되고 있다. 지역엔 경북대와 안동대가 이 사업에 참여하는데, 경북대는 3년 차에 접어들었고 안동대는 올해가 처음이다. 체육영재육성사업의 중심은 육상이다. 올해 전국 16개 체육영재센터에서 발굴한 체육 영재는 모두 700명으로, 이 중 육상이 400명으로 가장 많고 수영 및 체조 각 150명씩이다.
체육영재육성사업은 한마디로 또래보다 신체적, 생리적으로 뛰어나거나 성숙하고 스포츠에 잠재력을 가진 유소년을 조기에 발굴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로 육성하는 시스템이다. 선수 등록을 했거나 운동부 등에 가입 또는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은 지원할 수 없고, 키, 체중 등 신체조건이 상위 5%에 속하고 학교장 추천 등의 조건을 충족시킨 초교생이 지원할 수 있다. 사업을 총괄하는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양구석 팀장은 "이는 장기 계속 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진흥투표권 공익사업 적립금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올해 23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고 말했다.
◇체육영재 육성의 선두 주자, 경북대 센터
경북대 체육영재센터는 올해 육상 30명 등 총 50명의 학생을 선발, 지난달부터 교육을 시작했다. 체육영재를 선발할 때 뇌파, 운동 역학, 운동 습관 관련 영상 분석까지 20개가 넘는 첨단 측정 장비를 동원, 체육적 재능과 키 등 성장 가능성을 검사한다. 특히 X-레이를 활용해 골 성숙도를 측정, 키 성장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은 경북대가 처음으로 '한국형화'해 다른 센터에 보급하는 등 체육영재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미있고 창의적인 훈련
경북대 체육영재센터의 교육 원칙은 '창의성'이다. 창의적이지 않고 재미가 없으면 육상 등 기초 종목에 흥미를 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육상은 물론 축구, 야구, 농구 등 각종 스포츠와 놀이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준다. 줄 세우는 문화도 없고 틀에 박힌 프로그램도 가동하지 않는다. 교육 시간은 주 1회(토요일)로, 노는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수업 있는 토요일은 방과 후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다.
훈련은 공통 일반 훈련, 이론 교육, 종목 훈련 등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공통 훈련은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눠 각종 스포츠와 놀이를 마음껏 즐기는 창의 활동에 중점을 두고, 이론 교육 시간에는 수준별로 2그룹으로 나눠 영어 공부와 인성 교육 등을 한다. 영어는 방학기간 등을 활용해 호주 원어민을 초청해 회화 중심의 교육을 하고, 인성 교육은 사회학과 교수가 전담한다. 종목 훈련 때는 육상과 체조, 수영 등 종목별로 훈련을 하지만 정형화된 훈련이 아니라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공부하는 운동선수
경북대 체육영재센터의 모토는 '달리는 지성인'이다. 운동과 지성이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체육영재가 될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다. 체육영재사업의 목적이 육상 등 기초 종목 선수 수급이기도 하지만 체육 문화를 바꾸는 것도 중요한 목적인 것과 일맥상통한다. '자율적으로 공부하면서 운동선수 생활을 하는' 문화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강호율 경북대 체육영재센터 센터장(체육교육과 교수)은 "지난해 체육영재 학생 중 5, 6명 정도가 선수 등록을 했고, 육상에 흥미를 보이는 학생도 적잖은 등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을 위한 시도가 서서히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곳 센터에서 올해 소년체육대회에서 '일을 낼' 학생이 한두 명 나올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체육영재센터별로 아시아 및 세계에서 경쟁력을 가진 선수가 한 명씩만 나와도 대성공"이라고 했다.
반응도 좋다. 운동을 재미있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하루 4~8시간 등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운동하고 공부해도 결석은 물론 지각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가족 여행까지 포기하고 센터에 올 정도로 좋아한다는 것. 강 센터장은 "처음 2년 동안엔 대대적으로 홍보해도 학생들을 모집하는 데 애를 먹었는데 올해는 소문이 나면서 별로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200명 정도가 몰렸을 정도로 인기"라며 "다만 정부에서 지난 2년 동안엔 매년 3억원을 지원하다 올해는 1억4천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여 질적인 문제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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