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교재 입시연계율 높아지고 현실과 동떨어진 난이도로 외면
최근 한국검정교과서가 교과서 검정을 하면서 '리베이트'를 받아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학교에서 채택한 교과서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고교에서는 EBS 방송 교재나 입시용 수험서'참고서에 밀려 교과서가 사물함에서 잠자고, 초교에서는 너무 어려운 내용 때문에 외면받고 있다.
◆교과서 펼 일이 없어요=대구 수성구의 김모(18) 군은 고3 교과서 9권을 서랍 속에 두고 학교에 다닌다. 학교에서 거의 전 과목을 EBS 방송교재나 시중의 부교재로 진행하다 보니 학교에 들고 갈 필요가 없기 때문. 이과 출신인 김 군은 "고2 때도 이과는 음악, 문과는 미술수업만 했기 때문에 미술책은 사 놓고도 볼 일이 없었다"고 했다.
고3인 이모(18) 양도 "영어의 경우 2학년 2학기 때부터 학교에서 정해주는 문제집으로 수업을 했기 때문에 교과서는 펴 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 교실에서 교과서가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EBS 교재'강의의 대학 입시 연계율이 70%로 올라가면서 고교 교실에서는 과목별로 4~8권씩 되는 방송교재가 수험생들의 책상을 점령하고 있다. 일부 사립고에서는 고교 2학년 2학기부터 입시 대비에 들어가면서 교과서를 아예 활용하지 않고 있다.
한 고3 교사는 "교과서는 기본서이기 때문에 소홀히 하지 말라고 지도하지만, EBS 교재나 참고서에 비해 요약이나 심화가 약하다 보니 수험생들이 외면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보지도 않을 교과서를 왜 사야 하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난처하다"고 털어놨다.
학교의 이 같은 수업 분위기 때문에 고교생들은 10만원 안팎의 돈을 주고 별도의 교재들을 구입해 교과서 대용으로 공부하고 있다. 한 고 3학생은 "EBS 방송교재 경우 시중 문제집보다는 권당 단가가 싸지만, 과목별로 적게는 4권에서 많게는 8권까지 시리즈로 교재가 나와 있기 때문에 전부 구입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쉬워요=교과서에 대한 불만은 중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입시 현실과 동떨어진 난이도 때문에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
중학교 2학년인 김모(14) 양은 "요즘 학교 중간'기말 고사가 어려워 교과서로는 어림도 없다. 수학 경우 교과서보다는 참고서, 문제집으로 수업을 하는 경우가 더 많고, 학교에서 직접 만든 프린트물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며 "왜 교과서를 샀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반면 초교 교과서는 너무 어려워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학부모 최모(34'여) 씨는 최근 초교 2학년 딸이 혼자 풀기 너무 어렵다며 내민 수학 문제를 보고 당황했다. 최 씨는 한참 궁리한 끝에 답을 알아냈지만 딸을 이해시키는 데 또 한 번 진땀을 빼야 했다. 그는 "초등학교 교과서를 어떻게 만들기에 2학년에게 이런 내용을 가르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1학년 국어 교과서 경우 '연필을 쥐는 법'과 '모음 쓰기 연습'을 다루다 갑자기 그림일기를 쓰도록 구성돼 있다. 3학년 사회 교과서에선 기상과 기후, 세계 지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현장 교사들조차 "나와 우리 집, 우리 동네 정도만 알던 아이들에게 갑자기 그런 개념이 이해되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첫 역사 수업이 시작되는 5학년 경우 고조선부터 현대사까지 한꺼번에 배워야 한다. 시공간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무리하게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하다 보니 역사 공부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게 하고 있다.
대구 한 초교 교사는 "교육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교과서를 제작하다 보니 각 과목마다 비슷한 문제점들이 불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병고'채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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