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맞바꾼 原電주민 안전…조경수는 예산절감 꼼수

입력 2011-04-21 10:55:05

신울진 1,2호기 진입로 콘크리트 구조물 지으려다 방향 선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내 원전의 안전성이 크게 우려되는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원전 건설과 관리에서 경제 논리만 좇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수원은 신울진원전 1, 2호기 공사를 진행하면서 테트라포트와 돌 등 콘크리트 구조물로 해안가 진입로 보호 시설을 지으려다가 대신 조경수 400그루와 꽃을 심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올해 상세 설계를 하면서 한국전력기술이 제출한 수치모형실험에서 해안가 진입로 비탈면이 파랑 영향권에서 벗어났다는 검토안을 받아들인 것.

신울진원전 1, 2호기 건설 관계자는 "환경보호와 미관 등을 고려해 방호벽 대신 조경수를 심기로 했다"며 "나무를 심고 해안선을 살리는 것이 오히려 해일 대비에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목'건설 등 전문가들은 방파제를 나무로 대체하면 대략 35억원가량의 예산이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 전문가는"해일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해안 원전 시설 보호 측면에서 경제성만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조경수로 방파제를 대체하는 시공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울진군 의회 관계자는 "원전은 국가보안시설이라서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인데 도대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미관이냐"며"친환경이나 미관, 예산 절감 등을 앞세우기보다 안전부터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약지반이 발견돼 신울진 1, 2호기 원자로를 바다방향으로 50m가량 옮긴 것 역시 예산절감을 위한 '꼼수'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수원은 사전지질 조사 실패로 원자로가 들어설 자리를 옮긴 것과 관련해"관련법 상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연약지반이었지만 안전성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이동 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연약한 지반이라면 땅을 10m가량 파내고 여기에다 콘크리트와 철근을 채운 뒤 공사하면 현재의 자리보다 더 안전하게 원자로를 얹을 수 있다"며"문제는 '돈'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울진원전이 연약지반 보강공사 대신 원전 자리를 옮기면서 적어도 수백억원 이상은 예산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울진민간환경감시기구 관계자는 "원자로 터를 잡을 때 시추를 정밀하게 해야 하는데, 여러 곳에 시추를 하다보면 비용도 많이 들고 시추에 따른 지반 안전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사전 지질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며"해일 피해를 우려하면서도 바다 방향으로 위치를 옮겼다는 것은 예산절감 차원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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