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사 출신 車판매왕 "주위 친구들도 깜짝 놀라요"
'대학서 국어국문학 전공. 3년간 중'고등학교 국어교사 재직. 퇴직 후 10년간 전업주부.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서 서른 다섯 살에 1993년 10월 현대자동차㈜ 첫 주부사원 입사. 2007년 판매대수 1천500대 돌파. 올해로 자동차 판매영업 18년째.'
자동차 판매 분야에서 여성으로 매년 100여 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며 두각을 보이고 있는 현대자동차㈜ 동대구 지점 카 마스터(Car Master) 이지연(55) 부장의 약력이다.
대구지역에서 자동차 판매영업을 하는 사람은 340여 명. 이 중 여성은 9명이다.
"가끔 친구들을 만날 때면 다들 놀랍니다. 집에서 살림만 살다가 갑자기 사회로 나가 무슨 재주로 그 많은 차들을 팔 수 있었느냐고요."
교직을 그만두고 살림만 하던 이 씨는 왠지 모르게 자꾸 몸이 아프고 밤엔 잠을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차 주부사원 모집공고를 보고 응시한 결과 공채 1기로 합격, 현대자동차와 인연을 맺게 됐다.
"처음엔 금녀의 직장에서 말단의 설움도 있었죠. 더 일찍 출근해 청소하고 20대 후반의 입사선배들에게 깍듯이 '선배님'으로 부르며 일을 배웠습니다."
이 씨는 일이 적성에 맞았고 활력이 생겨났다. 수습을 마치고 본격적인 차 판매는 1994년 초부터였다. 첫 판매는 영업을 시작한 지 한 달 반 만에 무작정 들어간 경찰서에서 아반떼를 주문받았다.
이 씨는 흥분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해서 첫 해 60대를 팔았다. 당시 경기가 호황이었고 자동차 채권서류의 승인, 등록, 인도까지 모두가 판매사원의 몫이었기에 그야말로 정신없이 일에 매달렸다.
이 씨의 판매실적은 이후 1998년 초까지 연간 100~150여 대에 이르렀다.
"원래 제 성격은 그리 활달한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내성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교직생활을 하면서 조회나 학교행사 때 사회를 본 경험이 대인관계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이 씨는 교직에 있을 땐 하루 꽉 짜인 스케줄이 늘 뭔가 옥죄는 느낌이 있었지만 자동차 판매는 오전 팀 미팅을 가진 후엔 귀가 시간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그 점이 너무나 좋았다고 했다. 또 여성의 섬세함을 앞세운 꼼꼼한 일처리가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주문량도 자연히 늘어났던 것이다.
잘 나가는 카 세일즈우먼의 일상은 곧 직장에서 영업의 본보기가 됐고 팀 미팅 때마다 '이 대리는 살림도 살면서 이렇게 실적을 올리는 데 012부대(월 0대 혹은 한두 대밖에 판매하지 못한 사원)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상사의 호통에 미움 아닌 미움을 받기도 했다.
이 씨의 판매가도가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IMF 때 판매량이 급감했다. 고객이탈과 대리점 제도가 생기면서 가격경쟁에서 수세에 몰렸다.
"새 일을 찾아야 하지 않나 하고 심각한 고민을 했었죠."
이 씨는 그러나 시대흐름을 읽는 감각과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력이 있었다. 개인고객보다는 대량구매 고객을 찾아 나섰다. 개인택시업계와 관공서 차량납부를 주관하는 조달청으로 눈을 돌렸다. 신규로 생긴 대리점과의 영업영역도 부닥치지 않았고 한 번 계약에 여러 대의 차량을 팔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다시 판매량이 이전 전성기로 올라가더군요. 아마 제가 대학 때도 받지 못했던 판매우수상을 현대자동차㈜에서는 30여 차례 넘게 받았어요. 2007년엔 판매대수 1천500대를 넘으면서 '판매왕' 황금메달도 받았죠."
이 씨는 차량판매를 하다 곤욕을 치른 적도 있었다. 한 정치인에게 이면계약으로 판 차량 대금이 수금되지 않아 4개월 동안 실제 차량구입 고객을 수배하다 조직폭력배에게 협박과 욕설을 당하기도 했다.
"자동차 판매도 여성이 도전해 볼 만한 직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나 환경이 예전보다 많이 바뀌었습니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저의 사회적 성장도 이뤄져 너무 만족합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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