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대구, 이것부터] (8)박재환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

입력 2011-04-19 07:43:34

예술 대중화된 도시 범죄도 적어…일반 시민들이 문화 자주 찾아야

박재환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는 낭비가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가꾸는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박재환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는 낭비가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가꾸는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박재환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은 문화도시 대구건설을 위해서는 공연전시 작품의 질을 높여야 하지만 이를 시민들에게 잘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고품격 작품을 전시공연하더라도 일반 시민들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발전이 어렵고, 문화예술인들만의 문화예술로 전락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 문화예술 인식부터 변해야

박재환 관장은 "대구는 '공연문화 중심도시 조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구시립미술관과 대구근대역사관을 개관하였으며, 대구시민회관 리노베이션, 뮤지컬 전용극장, 문화창조발전소, 창작교류센터 등 많은 전문공연장 및 문화예술시설이 건립됐거나 추진 중"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진정한 문화예술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예술인과 예술경영인들의 변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 두려움을 모르는 도전정신, 젊은이들의 뜨거운 열정, 원로들의 노련함이 두루두루 표출돼야 한다" 며 "모든 분야에서 모든 문화예술인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때 진정한 공연문화중심도시가 건설되고, 그 과실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대구에는 훌륭한 문화예술인들이 많다. 이중섭처럼 짧은 인연을 맺은 사람뿐만 아니라 대구에서 태어나고, 배우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친 사람들도 많다. 이들의 업적을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악계의 박태춘, 현제명, 문학계의 현진건, 이장희, 이상화, 김춘수, 미술계의 이인성, 이쾌대 등은 대구의 문화예술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람들인 만큼 이들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알리는 작업은 간과할 수 없는 우리의 의무라는 것이다.

◇ 예술투자로 인프라 건설

박 관장은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는 낭비가 아니다. 어떤 면에서 문화예술은 SOC(사회간접자본)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이 품격 있는 문화예술을 자주 접하면 삶의 질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범죄예방효과도 있어 사회간접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28세에 LA 필하모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가 된 구스타프 두다멜과 베를린 필하모니오케스트라 최연소 더블베이스 주자 에딕슨 루이스는 21세기 최고의 음악가로 추앙받는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베네수엘라 빈민가 출신"이라고 했다. "마약과 각종 범죄로부터 그들을 건져낸 것은 '엘 시스테마'라는 시스템이었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전과기록을 가지고 있던 청소년 11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인데, 3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회원 수가 30만 명이 넘는 초대형 음악인 육성 집단으로 성장했으며, 이곳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반듯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엘 시스테마에서 확인할 수 있듯 문화와 예술에 대한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 꼭 필요한 투자다. 그런 만큼 문화예술분야 예산편성 때도 적극적이고 획기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문직과 행정직 소통해야

11일 대구문화예술회관장에 취임한 박 관장은 "대구문화예술회관 주변환경을 개선해, 공연이나 전시 때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시민들이 찾아오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겠다" 고 말하고 "공연이나 전시가 꼭 실내에서 열릴 필요는 없다. 문화예술회관 주변환경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연도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구문화예술회관 산하 시설에서 근무하는 예술 전문직과 일반 행정직 사이의 마찰과 불협화음을 협조 관계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전문직이든 일반직이든 대구의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겠다는 마음은 일치하는 만큼 서로 우대하면서 의견을 나누다 보면 마찰이 아니라 협조관계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임 문화예술회관장에게 가장 큰 짐이 돼버린 '시립 예술단 구조조정' 문제와 관련 박 관장은 "시간을 두고 충분히 의견을 듣겠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더라도 명예로운 퇴진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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