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네거리 지하공간 "시민쉼터 필요" vs "매일 영어학습"

입력 2011-04-15 10:38:28

매일신문사 紙上논쟁, 이재녕 대구시의원 vs 이항섭 영추위 대표

1년 넘게 '애물단지'로 방치되고 있는 범어네거리 지하상가 활용방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영어거리로 조성하자는 주장과 문화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범어네거리 지하상가를 둘러싼 찬반 논리를 들어봤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문화공간 조성" 이재녕 대구시의원

범어네거리 지하상가에 갤러리를 겸한 문화예술촌을 만들자는 주장은 이곳 상가가 지난해 초 준공된 후 지금까지 단 한곳의 점포도 임대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어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나왔다.

범어네거리 지하상가는 인근 아파트 시행사가 대구시민들을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건설하여 기부채납한 것이다. '수익사업보다는 대구시민들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현장을 수차례 방문하고 공간활용을 위한 여러 대안을 모색하던 중, 중국 상하이의 외곽에 방치된 폐공장에 작가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작업실이 되고 여기에 작품을 보려고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세계적인 명소로 탈바꿈한 홍팡(红坊)에 착안하여 지난해 9월 시정질문을 통하여 '문화공간조성'을 제안한 것을 대구시가 받아들인 것이다. 그 후에 별다른 진척이 없기에 올해 2월 시의회 임시회에서 재차 추진의지를 물었고 변함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따라서 문화공간 조성이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했다는 것에는 오해가 있다.

물론 우리 영어교육의 문제점은 어느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범어네거리 지하 상가에 대해 '문화공간조성이냐, 영어거리 조성이냐' 하는 것이 왜 새삼 지금 대두되는지 의아스럽다. 더구나 '수억원의 임대료'를 주고 영어거리를 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고 전해들었다. 그러나 영어거리를 어떻게 운영하는지는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투자한 수억원과 운영비 등을 감안할 때, 과연 시민들이 금전적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시민들에게 '문화공간'이든 '영어거리' 든 일반시민이나 대구를 찾는 외지인이나 외국인들에게 '금전적 부담이 없이 쉽게 이용'하고 '대구를 알릴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 상업적인 면이 전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꼭 필요하다면 외국인들과 접하면서 영어를 실생활에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곳을 '영어거리'나 '영어공원'으로 조성해 놓고 대구시가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문화공간조성에도 대구시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 소수의 작가와 충분치 못한 개인 작업공간 제공으로는 입주작가가 또 다른 작업실을 필요로 하므로 개인 창고나 사무실로 전락할 수 있다. 창조적인 문화공간조성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시험무대가 될 수 있겠지만 한 번 시도해 보는 것이 새로운 대구를 창조하는데 한걸음 더 다가가는 길이 아닐까?

이재녕 (대구시의원)

◆"영어거리 개발" 이항섭 영추위 대표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해온 범어네거리 지하상가의 효율적 개발을 위해 나는 대구시에 가칭 '영어거리' 프로젝트를 제안한 바 있다. '영어거리' 제안은 비효율적인 우리의 영어학습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수년 전 한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서 중국의 영어 열풍에 대해 보도한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상하이 한 공원에 조성된 영어거리였다. 일정한 시간에 영어를 연습하고 싶은 시민들과, 중국인과 교류하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함께 모여 대화를 하고 있었다. 영어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온 나는 중국의 영어거리야말로 '말하는 영어'를 연습하는 데 있어서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 왔다. 생활 속에서 대화를 통해 배우는 영어야말로 실전에 제대로 적용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내신 성적과 입시가 위주인 우리의 영어 교육 여건은 안타깝게도 이 점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영어 10년 배워도 외국 가서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그간의 연구와 분석을 바탕으로 대구에도 중국과 같은 영어거리를 조성해 보려는 것이다. 사실 '영어거리'가 활성화되어 대구의 영어 공용지역이 될 경우 매일 영어를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게 된다. 특히 영어거리 프로젝트에는 시민들이 외국에 나가지 않고서도 실전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계획들을 담고 있다.

생활영어체험관에는 12개의 시뮬레이션관이 들어서 상황에 맞는 실전영어를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곳에 들어서는 2곳의 커피숍에서는 영어사용이 의무화된다. 영어 프리토킹 공간으로 운영되는 영어토론광장에서는 누구나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다. 가령 신공항 재추진과 관련해서도 영어로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시민대상으로 각종 영어관련 행사가 이어진다.

한마디로 굳이 비싼 돈 주고 영어를 학원에서 배울 필요가 없으며 우리 대학생들이 엄청난 경비를 들여가며 해외연수를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영어학원가를 만들어 영리를 추구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실 운영비 정도만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할 것이다.

전국에는 다양한 문화거리와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수많은 영어학원과 영어마을이 있다. 그러나 거리에서 프리토킹을 연습할 수 있는 영어 공용거리는 단 한 곳도 없다. 침체일로를 걷는다는 대구가 영어교육에 있어서만큼은 한 발 앞서 갈 수 있는 기회를 좌초시키는 일이 없길 기대한다.

이항섭 (영어거리추진위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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