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건강 백세'의 평범한 비결

입력 2011-04-11 07:16:22

내 삶을 돌이켜보면 건강 하나만큼은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던 것 같다. 그 덕에 고교 시절에는 인천에서 서울까지 통학하면서도 개근상을 탈 수 있었고, 결혼하고 나서는 직장과 가정 그리고 나 자신의 삶까지 안정적으로 균형을 이루며 살아올 수 있었다.

그나마 체력이 뒷받침됐으니 지금의 내 자신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튼튼하게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 살아가고 있다.

수십년간 병원에 근무하면서도 병원 신세를 진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안과 신세를 자주 지고 있다. 얼마 전에도 결막염이 생겨서 안과에 갔었다. 오늘 아침에는 눈이 너무 따갑고 아프면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 바람에 출근하자마자 안과부터 찾았다. 안과에서는 안구건조증이 의심된다며 눈물검사를 하자고 했다.

검사 도중에 할아버지 한 분이 진료실에 들어와서는 "예전에는 잘 보이던 눈이 왜 갑자기 안 보이는데 의사 선생님이 더 좋아질 수 없다고 하면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사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막무가내로 진료실 밖으로 나가려하지 않았다. "더 좋아질 수는 없지만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할 수 있으니까 다른 방에서 검사를 더 해보자"며 간호사가 할아버지를 간신히 설득해 모시고 나갔다.

할아버지를 보면서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나이까지 안경을 쓰지 않으면서 시력이 좋은 눈을 자랑하며 살아왔지만, 과연 제대로 관리하고 있었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고교 시절에는 먼 거리를 통학하며 흔들리는 차안에서 시험공부부터 독서까지 했고, 심지어 야간조명이 있는 차에서도 책을 읽으며 '내 눈은 왜 안 나빠지지?'하며 눈을 혹사시키곤 했었다.

'건강과 젊음은 그 두 가지를 잃고 난 뒤에야 고마움을 알게 된다'는 아라비아의 속담처럼, 건강할 때는 건강의 중요성을 덜 느끼다가 아프게 되면 그제서야 챙기는 경우가 많다.

치과 진료를 하다보면, 선천적으로 치아가 튼튼한 분들 중에 충치는 없는데 잇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잇몸이 나빠져서 발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면에 어렸을 때부터 치아가 약해서 충치 치료로 고생을 많이 한 분들은 치과에 자주 다니면서 일찍부터 관리를 잘해서 약한 치아지만 오래오래 쓰는 경우도 있다.

'골골 팔십'이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지병이 있더라도 건강에 유의하면서 몸 상태를 점검하면 갑작스런 위험에 처할 일이 적어져서 장수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적어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건강을 관리해서 '건강 백세'의 삶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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