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엄마 까투리

입력 2011-04-08 11:06:49

꺼병이 9형제 사이에서 일어난 좌충우돌 가족이야기

남안동(南安東)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시내로 진입하다 보면 왼쪽에 아담한 석탑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일직면 조탑리 오층 전탑(塼塔)이다. 정확한 설립 연대는 모르지만 일대에 남아있는 삼국시대 고분이 이 전탑의 역사성을 대변해 주고 있다. 국내에 남아 있는 전탑 중 비록 크기는 중간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균형미가 빼어난 탑으로 외지인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동네에 전탑만큼이나 유명한 분이 계셨으니 동화 작가 권정생 선생이다. 선생은 작품도 작품이지만 가난을 통째로 뒤집어쓴 움막집 생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 직후 귀국했지만 가난으로 전국을 걸식하며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1960년대 조탑리 한 교회의 종지기가 되면서 이곳에 정착하게 된다.

마을 한 귀퉁이 흙담집에 살면서 그는 어린이 동화 창작 활동에 전념한다. 대표적인 작품이 '강아지 똥'과 '몽실 언니'로, 그를 아동 문학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강아지 똥'은 아무 쓸모없는 강아지 똥이 예쁜 민들레를 피워내는 거름이 된다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어린이에게 가르쳐 준 작품이다.

'몽실 언니'는 10여 년 전 TV 드라마로 제작돼 주말 저녁 시간을 사로잡았다.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고난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살아온 몽실이는 바로 우리나라를 지켜온 언니 누나였다.

그는 병마 속에서도 평생을 움막집에서 살았지만 어린이의 해맑은 정신을 한시도 놓치지 않은 인물이었다. 고생하며 혼자 살아가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선생이 돌아가시고 난 뒤 조탑리 노인들은 전국에서 몰려온 수많은 조문객의 수에 놀랐다고 한다. 또 인세 수입이 연간 수천만 원이라는 데 한 번 더 놀랐다고 한다.

이 권 선생의 작품을 토대로 만든 3차원 애니메이션인 '엄마 까투리'가 오늘부터 대구'경북 영화관에서 개봉된다고 한다. 엄마 까투리와 세상 밖으로 나온 꺼병이(꿩의 어린 새끼) 9형제 사이에서 일어나는 좌충우돌 가족 이야기를 그린 '엄마 까투리'는 이미 안동에서 상영돼 28분이라는 짧은 상영 시간에도 연일 매진 행렬을 터트린 작품이다.

살아생전 "한 달 생활비가 10만 원이면 조금 남고, 5만 원이면 조금 모자란단 말이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는 선생이다. 가난을 즐기면서 항상 어린이가 되고자 했던 선생, 그 순수한 마음이 이제 스크린에 마음껏 펼쳐지고 있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