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박의 작명탐구] 의학박사 장기려

입력 2011-04-07 11:07:38

한국의 슈바이처 '바보라 불린 의사'

'바보'라는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지능이 부족하여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재물과 권력의 욕심에 물들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한 사람도 우리는 바보라고 부른다. 전자와는 달리 후자의 바보는 세상 사람들이 친근함과 애정 그리고 존경의 뜻을 담아 부르는 일종의 애칭이라고 할 수 있다. '바보 의사'로 불리는 장기려 박사 역시 그런 바보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다.

소설가 춘원 이광수는 장기려 박사를 두고 "당신은 성자(聖者) 아니면 바보"라고 했을 정도로, 그가 행했던 선행은 평범하지 않았다. 밀린 입원비를 내지 못해 퇴원을 못하고 있는 가난한 농부가 장 박사에게 호소하자 "밤에 병원 뒷문을 살짝 열어둘 테니 그 틈에 도망치시오" 라고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이렇듯 어린아이처럼 잇속이 밝지 않고 셈에 능하지 않았던 순수한 그였기에, 병원에는 그를 찾아오는 환자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바보 의사' 장기려(張起呂). 그는 1911년 8월 14일, 평안북도 용천에서 출생하여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1940년 일본 나고야제국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0년 12월, 6'25전쟁 중에 차남과 함께 월남하여, 서울대 의과대 외과 교수를 시작으로 인술을 베푸는 의사의 길을 걸었다.

그의 타고난 운명인 사주를 보면 신해(辛亥)년, 정유(丁酉)월, 무신(戊申)일 생으로 오행에 금(金)이 많은 사주이며, 금은 식상(食神, 傷官)으로 작용한다. 식상이 강한 사주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 세계가 분명하다. 돈이나 명예를 찾기보다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분명한 소신을 보이는 사주이다.

후천운명인 '張起呂' 이름의 한자를 성명운 풀이로는 나쁘다고 할 수 있다. 한자 획수 28획으로 파란운(波瀾運)이라고 점을 치는 획수이나 대기업의 총수도, 현재 이 나라의 대통령 이름도 한자 획수는 흉수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름에 한자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과 나라는 많지만, 부르는 소리의 음운이 없는 사람과 나라는 없다. 이때문에 한자의 획수로 후천운을 가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장기려', 그의 사주와 부합한 음운(音韻)이 가진 이름의 성격은 목(木)과 화(火)의 기운이 강한 이름으로 木은 관성(官星)으로 작용하며, 火는 재성(財星)으로 작용한다. 재관(財官)이 동행하는 최상의 이름이다. 무엇보다 의사로서 재관이 동행하는 이름이니 부와 명예를 한손에 쥐는 것은 시쳇말로 따 놓은 당상이다.

어린 시절 친구의 10전짜리 팽이를 훔치고 눈물로 회개하며 거짓말을 안 하기로 다짐했고, 그 후 의사가 되어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던 '바보'. 의사생활 60년에 전 재산이 1천만원, 그마저도 가난한 간호사에게 기부하고 빈손으로 떠난 성자(聖者) 고(故) 장기려 박사, 그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아 환생한다는 소식이 있다. '그 사람, 바보 의사 장기려'란 창작 뮤지컬을 통해 대학로 무대에서 재탄생한다니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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