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문양역 내려 마천산 능선 트레킹 '딱이야'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먼 곳으로 나들이 가기엔 어쩐지 부담스럽다. 이럴 때 도시철도(지하철)를 타고 떠나보자. 역마다 도심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 너무 많다. 다만, 우리 곁에 너무 가까이 있어 소중한 자산인 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다. 가볍게 도시락을 준비하여 도시철도에 오르기만 하면 된다. 종착역까지 가보는 것도 좋다. 도시철도를 타면 무언가 특별한 것이 기다리고 있다.
'도시철도'란 단어는 아직도 좀 어색하다. '지하철'이 훨씬 친근하게 느껴진다. 날씨가 확 풀렸다. 이런 봄날에는 집안에만 있기에는 날씨가 너무 아깝다. 무기력증을 털어내고 봄의 한복판으로 당당하게 나서보자.
역 주변에는 '훌륭한 여행지'가 수두룩하다. 아름다운 산과 강이 있고, 푸짐한 먹을거리가 있는 유명식당이 많다. 특히 연일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기름값 때문에 요즘엔 도시철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반월당역 주변 북적
대구 도시철도는 반월당역이 중심이다.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이기 때문이다. 중심가인 '만남의 장소'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인다. 겨울에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고, 여름에는 피서지로 주목 받고 있다. 반월당역은 지하상가인 메트로센터와 연결돼 있다. 역을 벗어나 지상에는 증권회사, 학원가, 동아쇼핑과 봉산문화거리, 약전 골목, 떡전 골목, 통신 골목 등 골목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로 붐빈다.
요즘은 어르신들이 많다.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도시철도가 무료다. 오전 10시쯤이면 연세가 지긋한 노신사들이 커피숍에 모인다, 거의 매일 이곳에 모여 함께 차를 마시며 오전을 보낸다. 점심시간이 되면 가까운 음식점에서 식사한 후 느긋하게 도시철도 여행을 즐긴다.
◆도시철도 투어 나서 보니
지난 4일 도시철도 투어에 나섰다. 오전 9시 30분. 출근 시간이 막 끝난 직후라 역이 한산했다. 조금 이른 시각임에도 등산 차림을 한 60'70대 어르신들이 속속 모여든다. 이미 여러 차례 만나 얼굴을 알고 있는 듯 인사를 나눈다. 모두들 등산배낭을 메고 지팡이를 들었다. 5분쯤 기다리니 문양역행 열차가 들어온다. 자리에 앉자마자 서로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침묵을 지키고 있는 다른 좌석의 손님들과는 달리 등산객들은 금세 친구가 된다. 모두 문양행이다.
"오늘은 좀 이른 시간인데 매일 가십니까" "뭐 특별히 할 일도 없고, 밭에 안 나가면 집에 있을 수도 없으니 산에나 가는 거지 뭐" 하면서 말문을 연다. 곧 목소리를 높이며 "신공항은 밀양이 적정지인데…" 하면서 다양한 세상 이야기로 옮겨간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한참 듣던 중 갑자기 바깥이 환해진다. 열차가 지하에서 지상으로 탈출(?)한 것이다. 문양역은 대구 도시철도역 중 유일한 지상구간이다. 바깥 풍광이 눈에 들어오니 가슴 속이 탁 트인다. 문양역의 주변은 아직도 시골 모습이다. 역사 앞마당에는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반월당역이 제1의 집결장소라면 문양역은 제2의 집결지다. 평일인데도 등산객이 점점 늘어난다. 삼삼오오 모여 서슴없이 왼편의 굴다리를 지나 마천산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모두 이곳이 단골인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마천산은 해발 200m 정도의 아담한 야산이다. 도시철도 2호선이 개통된 후 인기 있는 등산코스로 떠올랐다. 능선을 한 바퀴 돌면 약 7㎞로 2시간 30분이 걸리는 트레킹 코스다.
등반 후 대부분 메기매운탕, 오리고기 등으로 식사를 즐긴다. 역 앞에는 매운탕 집 등 식당차들이 즐비하게 대기해 있다. 사전에 예약한 팀을 마중 나온 차량이다. 문양역 인근은 주말에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끼리 오순도순 산행하기에도 좋은 코스이다. 등산 후 맛있기로 소문난 메기매운탕 마을에서 식사하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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