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관련 법령을 제'개정했고 지원제도도 마련, 시행해왔다. 또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도 투입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시장 활성화 지원 효과에 대해 의문시하고 있다. 그간의 지원과 노력에 비해 그 효과가 크지 않다고 생각해 그런 것 같다.
원인을 찾는다면 지금까지의 시장 활성화 정책들이 신(新)유통업태들을 따라하거나, 그들과 차별화되지 않았고, 또 모든 것이 변했는데 전통시장과 시장 상인만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 전통시장은 상거래의 중심지, 소박하고 정이 넘치는 삶의 현장, 문화'놀이의 장, 그리고 만남의 터전 등 사회적'경제적으로 많은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은 그러한 역할은커녕 쇼핑 장소로서의 기본적 역할마저 못하는 곳들이 많다.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진흥원이 낸 2010년도 전통시장 활성화 수준 평가 분석 자료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전통시장은 2006년 1천610개이던 것이 2008년에는 1천550개로, 또 2010년에는 1천517개로 감소했다. 그리고 전통시장 매출액도 유통시장 개방 시점인 1996년 27조원이던 것이 2010년에는 24조원으로 10% 이상 떨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총점포'상인 수와 시장이용객 수에 있어서도 같은 현상을 보였다. 분명 전통시장이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대구경북의 전통시장 활성화 수준은 어떠한가. 지역별 시장 활성화 수준 평가 자료에서 먼저 대구지역 전통시장(총 103곳)을 보면 A등급 시장이 1곳(1.0%), B등급 시장 12곳(11.7%), C등급 시장 35곳(34%), D등급 시장 32곳(31.3%), 그리고 최하등급인 E등급 시장이 23곳(22.3%)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 지원'평가기관인 시장경영진흥원에 따르면 등급 A와 B는 활성화 수준이 양호한 시장이며 D와 E는 취약한 시장이고 C는 보통인 시장을 가리킨다고 했다. 따라서 대구지역에는 활성화 수준이 양호한 시장이 전체의 12.7%인 13곳인 데 반해 취약한 시장은 53.6%에 해당하는 55곳에 이른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인한 주민과 소비자 감소, 소비자 욕구나 필요에 부응하려는 상인 의지 및 적극성 결여, 그리고 시장 및 점포 경영 부족 등이 주요 이유라 하겠다.
또 경북지역 전통시장 활성화 수준을 보자. 전체 178곳의 시장 등급 분포를 보면 A등급 시장 4곳(2.2%), B등급 시장 13곳(7.3%), C등급 시장 38곳(21.3%), D등급 시장 84곳(47.2%), 그리고 E등급 시장 39곳(21.9%)으로 이루어져 있다. 말하자면 경북지역 전통시장 중에는 9.5%의 시장(17곳)이 양호하고 21.3%의 시장(38곳)은 보통이며, 69.1%의 시장(123곳)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39곳이나 되는 시장들이 E등급 시장이라는 사실이 문제다. 경북지역에는 인구 유출이 많은 농어촌 지역에 대부분 시장들이 있고, 그 결과 시장 이용객이 많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한편 시도별 시장 활성화 평균 지수를 보면 제주(53.5), 대전(50.8), 충북(48.9), 인천(47.9) 순으로 활성화 수준이 높았다. 대구경북은 전국 평균수준인 44.9를 밑도는 43.8과 42.2로 나타났다.
'다 살리려면 다 죽는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전통시장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한때 모든 조직에서 구조조정이 있었듯이 전통시장도 이제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시장 활성화 의지가 강하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시장만을 집중 육성시키는 소위 '선택과 집중의 원리' 적용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격하고 객관적인 평가, 선정 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대구경북도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그랜드 바자르'와 같은 명품시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시장 기능을 잃었거나 유물처럼 남아있는 시장을 지역민의 커뮤니티 공간이나 휴식'교류'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도시 공간 활용도도 높일 수 있어서다.
아무튼 아직 많은 사람들은 전통시장이 크게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바람이 실현되는 데는 시장 상인 의식의 현대화와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필수적임을 전통시장 상인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장흥섭(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