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일 때마다 동문 음악회·장기자랑…늘 웃음보따리 '활짝'
'겨레의 밭. 억세고 슬기로운 겨레는 오직 어엿한 모성에서 가꾸어지나니 이 커다란 자각과 자랑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닦는다.'
6'25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1954년 대구여고는 지'덕'체를 겸비한 현모양처의 산실로 개교했다. 이러한 건학이념은 1961년 대구여고 교장으로 부임한 민족시인 청마 유치환이 지은 교훈과 더불어 강인한 생명력과 역경에도 굳건히 견디는 교목 '은행나무'와 청초한 향기로 여성의 정절을 뜻하는 교화 '난'으로 대표된다.
최오란(15회'60'효성병원 행정원장) 대구여고 총동창회장은 "무엇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주부 또는 여성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대구여고 3만여 명의 동문들은 지역사회의 행복한 삶을 위해 나눔과 섬김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구여고 총동창회는 아이티 대지진 때의 성금에 이어 일본 대지진 참사를 맞아 성금을 기탁하는 한편 산하 봉사분과위원회를 주축으로 매년 노인무료급식행사를 갖고 있다. 총동창회 모임 등에서도 오페라 감상, 동문음악회, 강사초빙 특강 등 문화행사 위주로 꾸려나가고 있다.
최 회장은 "나이가 들수록 동문 모두가 기쁘게 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아름다운 사회를 선도하기 위해 동창회 차원에서 보다 다양한 행사를 기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총동창회의 변신 덕분에 정기이사회나 총회 때 많은 동문들이 참석하고 있다는 것.
◆우린 이런 교풍 속에서 공부했다
대구여고는 학업뿐 아니라 예절과 인성교육에 특히 공을 들였다. 중구 동인동 시절 학교는 연중 교내 백일장, 사생대회, 합창대회 등이 열렸고, 체육시간엔 교내 배구대회와 핸드볼 대회를 통해 체력을 단련시키고 협동정신을 기르게 했다.
김영숙(8회'68) 수석부회장과 정선호(14회'61) 총동창회 총무는 "학창시절 기억을 더듬어보면 음악과 미술 등 예능과 전인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 같다. 선생님들께서도 매우 엄하셔서 매도 많이 맞았다"고 입을 모았다. 음악시간엔 가곡 등 클래식을 많이 감상하게 했으며, 입학과 동시에 선발하는 합창단은 대구시와 경상북도 국경일 행사에 단골로 초청받는 등 명성이 자자했다. 특히 1960년대 대구여고 합창단이 월남전 파병에 앞둔 파월장병들을 위한 대구역 플랫폼 환송식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맹호부대가'를 부를 때면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군인들이 몰래 손에 쥐여 준 주소로 열심히 위문편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갑자기 연락이 안 될 때면 혹시 전사하지나 않았을까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김정애(14회'61) 동문은 "그때 들었던 클래식이 요즘 생각하니 삶의 자양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교내 추억의 장소인 연못가에서 친구들과 미래의 꿈을 노래하고 생활지도관에서 현모양처가 지녀야 할 예절과 생활법도 등을 배웠던 기억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머리 스타일과 칼라에 얽힌 일화
두발 자유화 이전 대구여고는 1학년 단발머리, 2학년 갈래묶음머리, 3학년 양갈래 땋은 머리로 학년을 구별했다. 그러나 당시 여고생들 사이에선 일명 '토끼머리'가 유행했다. 토끼머리란 2학년 갈래묶음머리에 고무줄로 귀밑 한 주먹가량을 더 묶음으로써 머리가 길어 보이게 하는 나름의 멋부리기였다. 많은 학생들이 따라했지만 선생님께 잔소리를 듣기 일쑤였다고 동창들은 회상했다. 또 다리가 길어 보이게 하기 위해 교복 상의와 치마를 일부러 짧게 맞췄고 어깨에 덧대는 흰 칼라에 빳빳하게 풀을 먹여 멋을 내는 '맘보칼라'도 학생들 사이에 유행했다.
◆총동창회 산하 동호회
동문 중심 동호회 중 가장 오래된 모임은 창단 15년째인 유란산악회로 회원 50명이 한 달에 한 번 전국의 명산을 탐방하고 있다. 2009년 유란장학재단 설립 추진위원들이 주축이 된 난초회는 동문 친목도모와 모교 발전 및 사회봉사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멋스러운 율동과 음악이 어우러진 레크댄스 모임은 매주 금요일 모교 강당에서 열리고 있으며, 각종 동창회 행사에 참여해 실력을 뽐내고 있다. 이외에도 골프회와 영어회화, 문학회와 전문직 클럽 등 다양한 소규모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모교 지원과 장학활동
2009년 1월 발족한 (재)대구여자고등학교 총동창회 장학회는 현재 전 동문이 십시일반으로 모금한 기금 5억9천여만원을 운용하고 있다. 그 이자 수입을 통해 매년 3천만원을 모교 장학금과 교기 및 교사 연구비 등으로 지원한다.
장학금은 매년 수석 입학자와 성적 우수 입학생 20명 등과 상위 대학 진학자 등에 30만원에서 10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교기인 배구와 정구부 우승 축하금과 비품, 기숙사 생활지원에도 총동창회에서 일정액을 부담하고 있다.
◆모교를 빛낸 동문들
대통령 영부인 김윤옥(10회) 여사의 모교인 대구여고의 동문들은 학계'교육계 진출이 가장 많다. 학계는 계명대 조혜연(11회) 미대 교수와 신희원(11회) 음대 교수를 비롯해 유승희(14회'대구교대 교육학과)'김향희(15회'대구산업정보대)'최명숙(17회'경북대 식품영양학과)'조계화(18회'대구가톨릭대 의대 간호학과) 씨 등이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교육계는 한명애(14회'대구성곡초 교장)'김갑순(14회'대구논공초 교장) 씨 등이 있다.
정'관계는 김옥이(11회) 국회의원을 포함해 전재희(12회'현 국회의원) 전 보건복지부 장관, 권순영(29회) 고양시 시의원 등을 배출했다. 의료계는 박진미(18회) 파티마병원 간호부장과 박언휘(19회) 내과원장 등이 있으며, 문화예술계는 조혜련(11회'화가)'정숙(11회'시인)'박명숙(16회'서양화가)'박경숙(24회'첼리스트)'지숙미(25회'성악가)'서소희(47회'성악가) 씨 등이 왕성한 활동을 하며, 법조계엔 서소희(47회'사법연수생) 씨 등이 있다.
또한 재계엔 박재숙(12회) 반도환경개발 대표를 비롯해 김양희(15회) 대구호텔 회장, 조선희(15회) 스파밸리 대표이사 등이 있다.
◆총동창회 연중행사
대구여고 총동창회는 연중 4번의 정기 이사회와 1번의 정기 총회 및 신년교례회를 주관한다. 이들 모임에서는 주로 동문 음악인이나 명사를 초빙, 연주회와 특강을 곁들임으로써 동문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기별 혹은 동호회별 장기자랑 무대도 마련해 선후배 간 웃음보따리가 터지는 흥겨운 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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