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 자폐증 발달장애우·가정 돕는 돋움공동체 이상만 대표

입력 2011-03-31 10:18:49

"키워보지 않으면 모를 자폐아, 도움 손길 필요"

"장애인이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 아니라 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진정 좋은 세상입니다."

(사)퀄리라이프 부설 돋움공동체 이상만(55) 대표의 첫째 아들 희섭(가명'21) 씨는 어릴 적부터 심한 자폐증을 앓았다.

"다른 장애보다 자폐증 아이를 둔 가정은 무척 힘듭니다. 주변상황에 대한 인식이 없고 의사소통이 되지 않죠. 높은 곳에서 그냥 뛰어내리거나 아무런 이유 없이 물을 쏟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보호자가 24시간 돌봐야 합니다."

이 대표는 아들의 위험한 행동 때문에 이웃과 불화도 많이 겪었다. 아이를 꾸짖거나 매를 든 후에는 죄책감이 들고, 또 이런 생활이 되풀이되다 보니 심한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이러니 정상적인 가정이 유지될 수가 없다.

음대 강사(작곡)로 바쁜 일과를 보냈던 이 대표 역시 치료를 위해 아이와 함께 열심히 특수교육기관, 병원을 쫓아 다녔고 심지어 사설 기도원에 아이를 맡겨보기도 했다.

"결과는 언제나 좌절감으로 돌아왔죠. 아무런 효과 없이 저나 아이 모두 스트레스는 더 심해졌고 증상도 덩달아 악화됐죠. 기도원에서는 치료를 핑계로 아이에게 물리적 타격을 가하기까지 했습니다."

10여 년 치료에 매달렸고 마지막 심정으로 간 기도원에 아이가 물리력으로 구속당하는 것을 걸 본 이 대표는 절망에 사로잡혀 아이를 부둥켜안고 많이 울기도 했다.

"그때 문득'자폐증을 앓는 이 아이도 나와 똑같은 인격적 존재이며, 낫는다고 해도 또 다른 자폐아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생각이 찾아오더군요."

다양한 스펙트럼적 증상을 보이는 자폐증은 의학적 통계로는 1천 명 중 한 명꼴, 교육 통계로는 400명 당 한 명꼴로 태어난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자폐아를 둔 가정의 실태를 세상에 알려 사회적 공조체제를 갖출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자폐아도 함께해야 할 사회구성원으로 포용하는 인식전환과 제도적 뒷받침만이 해결책이라는 것.

"비로소 제 아이와도 화해가 이뤄졌어요."

1996년쯤이었다. 이 대표는 바로 자폐아 부모모임을 주선했다. 그러나 부모들 중엔 자폐아가 있는 것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고, 또 '자폐증은 부모의 애정결핍에 따른 증세'라는 왜곡된 인식이 덧대면서 모임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 2000년 이후 자폐증이 장애범주에 포함됐지만 당시는 장애범주에 포함되지도 않아 외부지원을 받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자폐아를 공동으로 돌볼 든든한 기반시설을 마련해 부모들이 찾아오도록 해야 했죠. 자폐아 가정의 실태를 보면 국가시설에 맡기려 해도 부모가 있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개 편법으로 아이를 무연고 처리해 시설에 맡기는 가정도 있으니까요."

이 대표는 이때부터 자신이 가진 음악 재능을 활용해'자폐아 공동육아센터' 건립을 목표로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8시'발달장애우와 그 가정을 돕기 위한 사랑의 음악회'를 200회 가까이 열었다.

지인들의 도움도 컸다. 돋움공동체는 31일 오후 8시 수성아트피아 무학홀에서'비아트리오와 아름다운 무리의 가족'이웃 콘서트'를 연다. 전 객석이 무료입장이며 관객은 돋움공동체 후원신청서를 작성하거나 현금기부를 하면 된다.

현재 돋움공동체는 이상만 대표와 직원 1명, 8명의 자원봉사자가 꾸려간다. 서울에서도 12명의 봉사자가 자폐장애우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이 대표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돋움공동체는 현재 자폐장애우뿐만 아니라 매월 40명의 시설 장애아들을 위한 나들이 행사도 갖고 있다.

"세상의 행복은 돈과 물질에 앞서 마음이 우선입니다. 모두의 뜻이 모이면 일은 자연스레 성사되리라고 믿습니다. 장애가 전혀 문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게 돋움공동체의 궁극적 목적입니다."

돋움공동체 후원방법은 홈페이지 www.dodum.org , 053)784-1541로 문의하면 된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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