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 잘 살 수 있다 철학 실행하러 갑니다"
"대구경북이 살아나려면 대구가 힘을 얻어야 합니다. 대구가 중심도시로 활력을 찾아야 대구경북이 상생 발전할 수 있습니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이 25일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 취임에 따라 30일 공식 퇴임한다. 대통령 경제비서관을 비롯해 건설교통부, KDI, 국토연구원, 인천발전연구원과 인천대학교, 대구경북연구원 등 중앙과 지방, 공공과 민간 부문을 두루 거친 홍 위원장은 지역발전 분야의 국내 대표 석학이다.
특히 2004년부터 7년이나 대구경북연구원장을 지내 지역의 약점과 강점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퇴임을 앞두고 그가 대구경북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홍 위원장은 "7년간 대구경북을 위해 해드린 게 별로 없다. 신세만 지고 가 아쉽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MB 정부 출범 이후 지역에 희망의 싹이 돋아나고,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겨나 다행"이라며 "우리 지역의 발전을 만회하기 위해 남보다 더 새롭게 생각하고, 더 빨리, 더 부지런히 뛰어달라"고 주문했다.
대구경북연구원장 재임 기간 내내 홍 위원장은 '개방'과 '통합'을 강조해 왔다 지난 30년간 이어져 온 대구시'경북도의 행정'경제 분리에 지역 특유의 폐쇄성까지 더해져 대구경북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는 것. 대구경북을 통합'개방도시로 전환해 누구나 찾아오기 싶고, 살고 싶은 도시로 바꿔가자는 게 홍 위원장의 한결같은 소신이었다.
2004년 7월 취임 이후 그는'대구와 인천: 닮은점과 차이점' 주제발표를 통해 "항구도시 인천은 개방적이고 실리적인 성향으로 인해 동북아 물류 및 비즈니스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는 반면 대구는 내륙분지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폐쇄성이 강하고 실리보다는 의리와 명분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2006년 대구엑스코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도 '대구경북 상생발전을 위한 대구 재창조'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대구의 총제적 위기는 폐쇄성 때문"이라며 "잠재력을 활용해 판을 새로 짜야 한다"고 일갈했다. 2009년 '대경 CEO Briefing' 200호 특집호 때 직접 쓴 '대구가 잘사는 길'에서는 대구 쇠락의 중요 이유로 폐쇄적 사고의 대구 공직자와 4년 임기 대구시장들의 전략부재 등을 꼽았다. 짧은 임기에 돈도, 힘도 없는 대구시장들이 '우주선도 없으면서 하늘의 별'을 따고자 했다고 꼬집었다.
홍 위원장은 "처음 대구에 왔을 때 보단 훨씬 나아졌다"며 "그래도 좀 더 개방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적 비판과 함께 대구경북의 희망을 이야기해 왔다. 2006년 대구경북연구원이 각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펴낸 307쪽 분량의 책, '진짜 대구를 말해줘-대구 재창조를 위한 49가지 이야기'가 대표적. 그는 "대구가 외지인들에게 다소 부정적으로 비치고 있지만 장점과 희망도 있다"며 "대구와 경북은 지난 수세기 동안 우리 역사에서 중심 도시 역할을 해 왔던 영광과 희망의 고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모두 35차례에 걸쳐 연재한 매일신문 홍철 칼럼에서도 '지방도 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늦게나마 대구경북이 각성하기 시작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유치했고, 경제자유구역과 첨단의료복합단지도 지정받았다고 했다. 대구경북의 새로운 도약은 이제 시작으로, 전시행정적인 MOU체결보다 내실 있는 실천전략이 필요하다고 썼다.
25일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한 홍 위원장은 '지방도 잘 살 수 있다'는 평소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홍 위원장은 "지방을 대변하고, 지방을 위해 고민하며 지방과의 신뢰성 확보에 주력하겠다"며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 발전의 교량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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