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호텔계 지각변동… 성형외과 인근 문연다

입력 2011-03-23 10:15:44

대세는 메디칼 호텔, 동남아 관광객 몰려 범어네거리 또 신축

#2008년 경매시장에 나와 지난해 9월 서울 K건설에 낙찰된 영진아미고호텔(옛 금호호텔). 대구 최초의 특급호텔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을 듯했던 아미고호텔은 오히려 호텔업 취소 위기에 빠지고 있다. 복잡한 채권'채무 관계 때문. 대구 중구청은 "빚이 얽히고설켜 아직까지 새주인에게 지위 승계가 안 됐다"며 "휴업신고 없이 영업을 중단해 두 번의 시정명령이 나갔다. 다음 단계는 호텔업 취소"라고 밝혔다.

#다음달 수성구 범어동 범어교회 부지에 대구의 11번째 특급호텔이 신축 공사에 돌입한다. 주인공은 달서구 쉐인트웨스튼호텔 범어점. 지하 5층, 지상 14층 규모로 96개 객실을 갖춘다. 인터불고(342실), 인터불고엑스코(303실), 노보텔(204실), 그랜드(150실), 프린스(117실)에 이은 지역 6번째 수준. 호텔 측은 "대구의 신흥 중심가 범어네거리에 위치해 주변 그랜드호텔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며 "단순한 숙박시설에서 벗어나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 호텔 산업이 지각변동하고 있다. 1970, 80년대 전성기를 누리다 시설 투자에 소홀한 호텔들은 폐업이나 업종 변경으로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반면 특화 전략으로 무장한 신생 호텔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업계는 앞으로도 대구 호텔 산업의 구조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구조조정의 순기능에 따라 경쟁력 있는 특급호텔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 호텔 산업 재편

10년 전 2001년 1월 대구의 호텔은 모두 26곳(특2급 3곳, 1급 15곳, 2급 6곳, 3급 2곳). 외국인 숙박객수 기준으로 파크(1천497명), 금호(1천196명), 프린스(818명), 아리아나(419명), 가든(340명) 5강 체제였다.

그러나 2011년 1월 현재 대구 호텔 판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특1급 3곳, 특2급 7곳, 1급 10곳, 2급 1곳, 3급 1곳 등 전체 22개 호텔의 외국인 숙박객 유치는 노보텔(1천231명), 인터불고(1천146명), 인터불고엑스코(689명), 세인트웨스튼(558명), 호텔대구(367명) 순. 10년 전 5강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2000년대 이후 대구 호텔 산업은 시장 경제에 의한 구조조정 수순을 밟고 있다. 경쟁력없는 중'소형 호텔의 폐업과 휴업이 잇따르고 있는 것. 2005년 센추럴관광호텔, 2007년 동방관광호텔, 2006년 엠파이어'뉴삼일'아리랑, 2008년 황실호텔, 2010년 크라운호텔 등이 차례로 폐업했고, 2005년과 2008년 각각 휴업한 힐사이드와 영진아미고는 장기 영업중단 상태다.

업종 전환도 잇따라 폐업한 뉴삼일호텔은 동원약품이 인수해 병원으로 리모델링했고, A호텔 역시 타용도로 전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중구청은 "아미고호텔은 영업을 재개한다 하더라도 호텔업 유지가 힘들 것"이라며 "장기간 휴업에 따라 경매 낙찰가(66억원대)보다 유지'보수비(100억원 이상 추정)가 더 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호텔 매각이나 업종 변경은 줄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5개 호텔이 매물로 나와 있고, 일부는 공공연히 매각 의사를 밝히고 있다.

특히 매각 단계를 밟고 있는 호텔들은 신규 투자가 없어 시설 노후화에 따라 업종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유'있는 호텔 산업 재편

과거 호텔은 단순히 잠을 자고 쉬는 곳에 불과했다. 호텔 부대시설이라곤 나이트클럽이나 룸살롱이 전부였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중'소형 호텔들은 시장경제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대구 호텔 산업 역시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인터불고 경우 규모의 경제학을 실현해 지역 1위 호텔로 우뚝 섰다. 인터불고는 2001년 옛 파크호텔(133실)의 3배 수준으로 확장해 지역 호텔 중 최다 객실(342실)을 보유하고 있다.

노보텔은 지역 최초의 '메디칼 호텔' 모델을 제시했다. 2009년 종합검진기관, 한의원 입점에 이어 모발이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가 지난 1월 노보텔 대구시티센터에 확장이전했다. 노보텔 주변은 성형외과가 밀집해 기존 의료관광 수요 또한 상당하다.

범어점 착공을 앞둔 세인트웨스튼호텔 측은 "노보텔 등장 이후 동남아 관광객들은 '대구=성형도시'로 인식할 정도"라며 "범어점 역시 성형외과나 통증클리닉을 비롯한 병원을 입점시키고, 은행'복합상가'컨벤션홀 등을 더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8년 문을 연 인터불고 엑스코는 '컨벤션 산업'과 '호텔'의 시너지 효과를 증명했다. 그간 대구는 특급호텔 부족으로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인터불고 엑스코의 등장에 따라 윈-윈 효과가 발생한 것. 인터불고엑스코는 다음달 EXCO 확장사업 완료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100실 이상 시내 특급호텔은 단 5곳. 구조조정 중이라곤 하지만 특급호텔이 턱없이 부족하고 경쟁력 없는 1~3급 상당수의 숙박 인프라는 모텔보다 못한 실정이다.

대구시 김만주 관광정책담당은 "중'소형 호텔은 앞으로도 시장 경제에 의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더디지만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 등 대규모 수요에 따라 신생 특급호텔 등장이 잇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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