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생활] 건축적 풍경(風景)

입력 2011-03-22 07:00:36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만나게 되는 전원의 모습이 아름답고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사람들을 압도하지 않는 마을의 규모와 자리 잡은 주변의 뒷산과 앞산이 적절히 겹쳐지며 완만한 산허리로 마을의 좋은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시골 마을은 좋은 배경이 있기에 좋은 풍경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자연의 모습들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도로와 축대가 생겨나고 건물이 들어서는 인공적인 힘이 가해져 변형되어 인공물과 함께 서로 진화를 하게 되었다. 건조 환경은 자연환경과 행복한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을 통해서 끊임없는 변환과 성장을 지속해왔다. 그렇게 인위적으로 의도되어 만들어진 형상을 건축적 풍경이라 할 수 있다.

거리를 나서 보면 건축물과 주변의 공적 공간과의 조화를 통해 이루어진 도시의 살가운 모습보다는 이미지나 경관과의 조화를 무시한 건물주들의 취향과, 경제적 가치로만 인식되어 재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건물의 전면은 배색과 규격이 제각각인 색이 남발하는 간판과 상업성에 기인한 네온사인 등의 광고물로 도배되어 건물의 고유성은 희석되고 있다. 가로공간을 형성하는 구성요소들의 획일성과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등 산업제품으로 뒤덮인 환경에 우리는 매일 노출되어 살아간다. 우리의 일과 생활의 터전인 도시공간은 급속한 도시화의 속도 경쟁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양적 팽창과 균일화 등으로 물들여지고 우리의 감성과 정서는 무력감을 느끼고 시간의 궤적에 따라 자연환경이 변화하고 문화적'역사적 요소가 희석되어간다. 그러다 보니 이 길인지 저 길인지 구분이 어렵고 이 도시나 저 도시나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결국 어느 도시를 가도 비슷한 모습의 개성 없는 거리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땅 위에 놓인 집은 서로 모이고 추억을 담아내고 사람들의 삶을 연결해온 인간의 문화를 반영한다. 도시 풍경의 대부분은 아파트를 제외하면 단독주택을 포함한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등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소규모 시설들이 풍경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와 중요성을 망각하며 지내온 것 또한 사실이다. 건물은 개인의 소유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시각적 소유물도 동시에 되는 것으로 모든 건축과 공간은 공유하는 재산이기도 하다. 도시디자인 관점에서 도시 가치를 구현하고 디자인의 질을 향상하고자 하는 노력은 건축가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다. 건축주의 의식변화와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건물의 공공성을 인식하고 법으로 주어진 자신의 권리를 공동성의 성취를 목표로 주변과 도시에 조금씩 양보할 때 도시디자인의 본격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작은 변화의 시도와 노력들의 결실이 영글어 하나둘씩 쌓이면 도시의 풍경이 바뀔 것이다. 좋은 배경이 있어야 좋은 풍경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도시 이미지 만들기에 대한 의도적인 전략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도시의 이미지는 개체들이 모여서 만드는 집합의 아름다움을 갖는다. 우리의 삶과 함께 호흡하는 건축과 시대적 다양성을 상실한 공간의 회복을 위해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하고 문화를 매개로 전체의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 무엇보다도 예술적 감각의 건축물로 이루어진 단지경관, 자유분방한 거리경관 조성 등 각각의 문화콘텐츠에 맞는 도시경관을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며, 광장, 공원, 거리 등도 문화콘텐츠에 따라 새롭게 디자인하여야 한다. 이는 인공적으로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재창조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아름다운 건물의 표정은 도시를 활기차고 풍요롭게 하고 일상의 풍경을 새롭게 보게 만든다.

(주)건축사사무소 미르건축 대표이사/건축사 조 만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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