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계속되는 위기, 향후 48시간 중대 고비

입력 2011-03-17 14:28:28

가장 큰 위험은 4호기 핵연료 과열, 향후 이틀이 중대고비, 日정부 안이

日 대지진 1주일이 지났지만, 일본은 계속되는 후쿠시마 원전위기 극복을 위해 진력을 다하고 있다.

일부 보도에서는 후쿠시마 피난처 고령환자 14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의 '핵공포'가 일본을 넘어 전 세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사망, 실종자가 1만3천명을 넘어선 가운데, 일본 원전의 17일 오후 2시 현재 상황은 헬기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 원전 4호기에 물을 붓고 있으나 상황 반전이 쉽지는 않다.

대지진 다음날인 12일부터 시작된 폭발사고는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계속된데다 사용후 핵연료 과열로 인한 다량의 방사선 누출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최악의 상황으로 비화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NHK는 원전에 전기공급을 부분적으로 재개했다고 밝혀서 그나마 다행이다.

일본인들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세가지 트라우마 가운데 2가지인 대지진과 쓰나미는 일미 1차 재앙으로 몰려왔다. 이 대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동북부 연안에 직격탄을 날렸다면 2차 재앙이면서 마지막 세번째 트라우마인 '핵공포'는 일본 열도를 넘어 세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일본내에서 미국은 자국민들에게 원전 사고지로부터 80km이내 대피명령을 내렸으며, 호주는 자국민에게 脫일본을 권하고 있다.

일본 당국이 원전에 새 전력선 설치를 거의 완료한 것으로 NHK가 보도, 그나마 사태 수습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 후쿠시마 원전 제4호기의 냉각장치가 완전 재가동된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 약 48시간이 중대고비가 될 전망이다.

◇ 최대 위협은 4호기 = 일본 대지진 당시 정기점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4호기가 이제는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것은 바로 사용 후 핵연료봉의 핵분열 우려 때문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운영을 맡고 있는 도쿄전력은 16일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후 연료봉이 공기에 노출됐을 수 있다며 핵분열 연쇄 반응의 재개 가능성이 "0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피폭시 원전의 피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재때 제대로 응답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프랑스 등 원자력 선진국들은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 손상으로 인한 대규모 방사성 물질 누출 가능성에 극도의 우려를 나타냈다.

원자력 선진국으로 알려진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는 16일 성명에서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를 최대의 위협으로 규정했다. 원전 안전사고의 최고 등급인 7단계 바로 아랫단계인 6등급의 위험도를 후쿠시마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강조했던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용 후 핵연료는 1차 격납용기 외부에 있는 수조 안에 들어있는데, 이번 대지진으로 원전 냉각수 공급이 중단돼 핵연료가 공기 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했다.

이는 원자로 노심용해(meltdown)에 따른 다량의 방사능 유출로 이어지게 되어 있어 전세계적으로 핵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물대포를 준비해둔 것으로알려진 가운데,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후쿠시마 사고 원자로의 냉각수가 고갈됐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는 그레고리 재스코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이 이날 하원의 예산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을 보관하던 수조의 물이 고갈됐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가능성은 낮지만 핵분열이 핵의 대폭발로 이어지는 상황.

핵분열이 대폭발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 대지진 발생에서 현재까지 =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오후 2시46분. 40년이나 된 후쿠시마 원전은 노후하지만 그대로 운영되고 있었다. 당일 후쿠시마원전의 근로자들은 강도 9,0의 대지진이 밀려와 서 있을 수 없을 정도의 강한 진동을 느꼈다.

원전 곳곳에 균열이 생겼고, 천장 배관에서는 물이 흘러내렸다. 물이 흘러내리고 건물 곳곳에 균열과 함께 붕괴가 터지면서, 원전 시스템에 전력공급이 차단됐다. 비상시를 대비한 디젤발전기마저도 강도 9,0의 대지진과 뒤이어 몰아친 10m가 넘는 지진해일(쓰나미0로 파손되었다. 당연히 작동하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3단계 백업 역할을 하는 증기터빈이 전력을 생산, 원자로 내부에 물을 순환시켰다. 그러나 산넘어 산, 또다시 곧 원자로 가동을 조절하는 배터리가 방전됐다.

1970년대부터 가동을 시작한 노후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시스템상의 문제는 다음날부터 곧바로 연쇄 사고로 이어졌다.

12일 오후 3시36분께 제1원전에서 수소폭발이 발생,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후쿠시마 제1원전 건물에서 폭발이 발생, 큰 진동이 일어나고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2번째 사고는 14일에 3호기에서 터졌다. 3호기 외벽마저 수소 축적으로 폭발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도 전과 달리 "인체에 위험한 수준의 방사성 물질 누출 가능성"을 인정했다.

다음날에도 폭발은 계속됐다. 15일에는 2호기 건물이 폭발, 격납용기 아래의 압력조절 장치가 손상됐다.

며칠 뒤 조사결과 격납용기가 손상된 2호기의 연료봉 중 30%가, 1호기의 경우 연료봉이 70% 정도 파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한 것으로 믿었던 4호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15일 수소폭발 직후 1시간 동안 평상시의 6개월분에 해당하는 방사성 물질을 누출한 4호기는 16일에도 화재를 일으켰다.

4호기와 함께 지진 이전부터 점검을 받고 있던 5~6호기도 온도가 급상승해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6기의 원자로로 구성된 제1원전에서 안심할 수 있는 곳은 없어졌다.

◇ 향후 이틀이 중대고비 = 프랑스 원자력연구기관인 '방사능 방어 및 핵안전 연구소(IRSN)'의 티에리 샤를 소장은 16일(현지시간) "13일 이후로 어떤 대책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점을 볼 때 전망은 비관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앞으로 48시간이 중대 고비"라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17일 새 전력선 설치가 거의 완료됐으며 고장난 기존 전력선 복구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오키 스노다 도쿄전력 대변인은 구체적인 시간표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전력을 공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제1원전에 전력 공급이 재개되면 펌프를 통해 원자로와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에 냉각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 여부가 사태 수습에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현재 사고 원전에는 비상근무자 180명이 방사선 피폭 위험을 무릅쓰고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이들은 교대 근무를 하며 과열된 원자로를 식히고자 수동으로 바닷물을 들이붓고 있다.

당국은 또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 고갈 우려가 제기된 4호기에 냉각수를 살포하기 위해 군용 헬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6일 4호기 부근에 경찰 물대포를 배치하는 한편 소방 헬기로 냉각수를 투하할 계획이었지만 방사능 수치가 높아져 헬기 작업은 포기했다.

◇ 日 대응조치 '도마' = 일본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지적하는 비판이 일본내에서와 국제사회에서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핵 공포'의 진원지가 된 후쿠시마현의 사토 유헤이 지사는 중앙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사토 지사는 16일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지진 발생 초기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며 냉정을 유지했던 일본 언론들도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를 비롯 한 일본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했다며 위기대응 능력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부와 도쿄전력이 이번 원전 사고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2일 첫 폭발 이후 몇 시간이나 늦게 사고 사실을 공개하는가 하면 동요 방지에만 집중한 나머지 위험성을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이에 앞서 이번 사고가 4 정도의 수준이라고 평가했지만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는 이 사고를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기준으로 체르노빌 참사 등급의 바로 아래인 6등급으로 분류했다.

미국 ABC방송은 16일(현지시간) 미 관료들이 일본 정부가 24시간에서 48시간 내 사고 원전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수십 년 만의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미 조지아대 '건강관리와 대량파괴방어연구소'의 참 댈러스 소장은 CBS와 인터뷰에서 위기가 확산하고 방사선 노출에 대한 일본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본정부는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미디어국 최미화 기자 magohalm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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