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내년 목표액 1조원 중 공연예산 28억 불과
8일 대구시는 간부회의를 열고 2012년 국비확보추진 전략을 짰다. 이 자리에서 대구시와 산하기관 간부들은 총 20건에 1조476억원의 국비확보를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총 20건에 전체 국비목표액 1조476억원 중에서 공연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는 대구가 '공연문화도시조성사업비'로 28억원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대구시의 중점 반영사업 20건 중 가장 낮은 액수이며, 전체 국비 목표액 1조476억원의 0.27%에 해당한다. 그나마 목표액일 뿐이다. 대구시는 이 알량한 돈에 시비를 보태 무대 제작소, 무대보관소 등 창작파크 조성과 공연문화거리 조성을 위한 각종 행사를 펼쳐야 한다.
공연문화중심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대구가 넘어야 할 산은 높고 많다. 예산이 없어 눈앞에 시급한 문화예술 관련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공연문화중심도시조성 사업에 임하는 대구시의 태도를 살펴보면 0.27%라는 이 수치가 단순한 숫자를 넘어 대구시의 의지 빈곤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 중앙정부에 휘둘리는 대구
공연문화중심도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대구 국제오페라축제와 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몰골이 말이 아니다. 올해 5회(Pre 페스티벌을 포함할 경우 6회)를 맞이하고 있는 뮤지컬페스티벌은 중앙 정부가 2011년부터 전국의 각종 축제에 대해 직접지원 방식에서 기금공모 사업으로 지원방식을 바꾸면서 지난해 11억원이던 국비 지원이 2011년에는 6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국비와 매칭하는 시비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금전적으로는 반쪽짜리 페스티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구시가 '국비가 줄었으니 이에 맞게 시비도 줄이겠다'는 방침을 고수한다면 이는 대구시가 표방하는 공연문화중심도시가 말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대구시와 달리 부산시는 부산을 영화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중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한 국비지원은 15억원에 불과했지만 시비지원은 59억원이었다. 이는 2009년에 비해 줄어든 국비지원(국비 18억원에 시비 56억4천만원)을 고려해 시비를 늘려 보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부산은 착실히 도시의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다.
공연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면서 국비에 맞춰 시비를 지원하겠다거나 국비보다 더 적은 액수를 보태는 대구시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하물며 대구시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2010년 국제오페라축제 당시 국비 8억원 지원에도 맞추지 못한 6억원만 지원했다. 이 정도 규모의 축제 예산은 서울에서 그랜드 오페라 작품 하나, 뮤지컬 작품 하나 만드는 예산에 불과하다. 이런 예산을 갖고 매년 5, 6개 이상의 작품을 무대에 올려야 하니 쓸 만한 작품을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키우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 위태로운 오페라축제
대구는 2003년부터 국제 오페라축제를 개최하고 있지만 전속 오케스트라도 없고, 오페라 합창단도 없고, 오페라 단원도, 공연을 진행하기 위한 전문 스태프도 없다. 축제 때마다 합창단을 구하기 위해, 무대 진행자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알음알음으로 사람을 구해다 쓰는 형국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페라축제의 주요 공연과 오페라하우스의 주요 공연 등 연간 20회 이상 공연을 책임지고 있는 '오페라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사회적 기업으로 민간이 정부의 쥐꼬리 같은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단체다. 갑자기 중앙정부의 사회적 기업 지원 사업이 폐지되거나, 이 오케스트라가 당해 년도 해당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할 경우 오페라축제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시립예술단 운영도 주먹구구식이다. 공연계 한 인사는 "교향악단, 합창단, 국악단, 무용단, 극단, 소년소녀 합창단 등 대구시립 예술단은 각자의 고유 영역이 있다. 그러나 어떤 예술단은 갖가지 행사나 축제에 무작위로 동원되고, 어떤 예술단은 자체 행사 외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시립 예술단이 대구시 혹은 대구시 산하 기관이 주최하는 각종 축제나 행사에 출연하는 범위를 정해야 한다. 이른바 '힘이 센' 감독이 있는 예술단은 아예 찬조 출연을 하지 않고, 힘이 없는 예술단은 마구잡이로 출연을 강요당하는 식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 브랜드 작품이 없다
오페라하우스 개관, 리모델링 중인 시민회관, 각 구마다 들어서 있는 문화회관, 뮤지컬 전용극장 추진 등 대구시가 하드웨어에 집중하느라 소프트웨어 만들기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많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대구에 어떤 작품 브랜드가 있는지 모르겠다. 브랜드가 될 만한 작품에 아예 투자를 않거나, 작정하고 지원한다는 것이 민족성과 지역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영웅 이야기에 몰입한 나머지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하지 못했다" 고 지적했다.
그런 까닭에 대구시가 공연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외지인들에게는 여전히 '사과의 도시' '팔공산 갓바위'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김순규 대구문화재단 대표는 "인구 250만의 대도시라면 그에 걸맞은 브랜드가 다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창작공연은 1회성으로 끝나기 일쑤고, 세계육상대회를 위한 행사나 기타 공연행사도 거의 대부분 1회성 행사로 끝이 난다. 2회 이상 지원하면 '특혜' 논란이 발생하고, 말이 나오는 것이 반갑지 않은 대구시는 아직 인큐베이터에서 키워야 할 '어린 작품'을 곧바로 황야로 내몬다. 작품들은 그렇게 고사하고 만다.
홍종흠 전 대구문예회관장은 "투명한 선정과정을 통해 대구의 브랜드가 될 만한 작품을 선정하고, 몇 년 동안 투자해서 키워나가야 한다. 이것저것 한두 번씩 해보고 그만두니 오페라축제를 8회나 열고, 뮤지컬 페스티벌을 5회나 했지만 뚜렷한 대구작품이 없는 것"이라며 "일단 선정한 작품을 몇 회 이상 지원하고, 5년쯤 지난 뒤 재평가를 통해 다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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