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한 대구 관광…보고, 즐길 특화품 뭔가?

입력 2011-03-12 08:00:00

2011 대구방문의 해 점검

대구시시설관리공단 공무원들과 계명대 외국인 유학생들이 9일 대구시티투어 2층 버스 앞에서
대구시시설관리공단 공무원들과 계명대 외국인 유학생들이 9일 대구시티투어 2층 버스 앞에서 '대구 관광 파이팅'을 외쳤다.

"뭐가 있나?"

대구 관광에 대해 말하자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다. 어느 정도 수준의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내세울 뭔가가 없어 아쉬운 점이 많다. 대구시와 여론 주도층뿐 아니라 시민들도 이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러나 시원한 답은 없다. 올해 대구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전 세계인의 축제인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알리고, 대내적으로는 대구 방문의 해인 만큼 국내 다른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관광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5개월 남짓 남겨두고 있다. 대구시도 관광 로드맵 작성뿐 아니라 문화 공연 가이드, 권역별 관광, 프렌들리 대구시민 등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들이다 보면 달라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100% 만족을 위한 부담보다는 10%를 더 채우기 위한 절실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 관광의 현 주소와 준비상황

일단 긍정적으로 보자. '2011 대구 방문의 해'(Visit DAEGU 2011) 관광안내도를 펼쳐보면 뭔가 달라진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안내도가 다섯 페이지에 걸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순간 대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모두 5개 권역으로 나뉘어 있다. 먼저 대구의 가장 번화가이자 젊음과 패션의 중심 동성로부터 100년 전 골목인 진골목과 옛 고택 등이 자리 잡고 있는 도심권, 그리고 대구를 지켜주는 자연 생태계인 팔공산권과 달성 비슬산권, 대구스타디움과 수성유원지를 아우르는 동대구권, 마지막으로 두류공원(우방랜드), 허브힐즈, 앞산공원, 스파밸리 등의 레저 파크권이다.

대구시민들에겐 다 고만고만한 관광 장소지만 낯선 외국인이나 대구를 처음 찾는 국내 관광객들에게는 좋은 관광 로드맵이다. 5개 권역으로 나누어서 한눈에 펼쳐지도록 한 것도 칭찬해 줄 만한 일이다.

이달부터 달라진 것이 또 하나 있다. 대구지역 공연과 전시 등 문화생활을 도울 '대구 예술 가이드'(Daegu Arts Guide)가 발행된 것. 이 소책자는 매월 발행되며 공연 캘린더 형태로 대구의 모든 공연장에서 하는 오페라, 뮤지컬, 연극, 연주회, 미술전시회 등을 망라하고 있다. 호텔이나 주요 숙소 등에 비치돼 있어 외국인들에게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우리말과 영어로만 발행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중국어와 일본어 등으로도 발행될 예정이다.

대구시는 올해 내국인 170만 명, 외국인 30만 명 등 관광객 2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뛰고 있다. 전담 여행사 활용 및 관광 인센티브 확대, 특별 이벤트 추진 등을 통해 관광객 유치 실적을 올리고 있다.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이미지를 벗기 위한 친절 캠페인도 여러 경로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

◆2% 부족한 대구 관광

대구가 국제 관광도시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충분한 호텔이다. 대구시 김만주 관광정책 담당은 다른 무엇보다 부족한 호텔을 가장 급선무로 꼽았다. 김 담당은 "대구의 특급호텔이 10개는 되어야 하는데 고작해야 인터불고, 노보텔, 그랜드호텔뿐"이라며 "호텔급에 해당하는 객실도 3천 개는 되어야 하는데 대구는 3급 호텔까지 합해 2천여 객실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대규모 국제대회나 각종 대형행사 개최를 위해서는 VIP들이 묵을 호텔 스위트룸이 필요한데 특급 호텔도 적은데다 스위트룸도 몇 개밖에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세계한상대회에 참가한 유력 인사들은 대구의 호텔 수준을 보고 적잖이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친절이나 서비스 정신. 대구시는 서비스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수시로 '프렌들리 대구'를 강조하고 있다. 외국에서 대구를 찾은 손님을 맞는데 살기 힘들다는 표시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대구를 실컷 즐기고 가시라는 친절한 미소를 날려야 한다는 것이다. 의외로 대구에 사는 외국인들은 대구 사람들의 속깊은 정에 매료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타지키스탄에서 계명대에 유학 온 메메토바 엘비라(22'여), 코티에바 율라(24'여) 씨는 "처음엔 조금 다가서기 힘들었는데 지내다 보니 대구 사람들이 너무 좋고, 좋은 인상을 받게 됐다"고 했다.

특화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없다는 것도 관광에 있어서는 치명타다. 심지어 이런 얘기까지 나온다. '밤 유흥문화는 어디 갔을까?' 실제 관광객들의 지갑을 여는 것은 '밤문화'다. 대구만의 특별한 밤문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여행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유명 국제관광도시에서 배우자

문화와 역사는 다르지만, 외국의 유명한 관광도시에서 배울 점들이 있을 것이다. 태국 파타야를 떠올려 본다. 그곳에는 모든 관광코스가 관광객들의 즐거움과 연결돼 있다. 불교 국가의 특성 때문인지, 태국 사람들은 자신을 낮추는 데 익숙해 있으며, 관광객들에게는 간과 쓸개를 빼줄 듯이 친절을 베풀었다. 각 관광코스에는 관광객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달성공원에는 즐길 만한 무슨 쇼가 있지? 대구에 나이트클럽 말고 유명한 쇼를 하는 무대가 있나? 파타야 농눅 빌리지의 코끼리쇼와 코끼리 트레킹은 거대한 동물 코끼리와 하나되도록 친밀도를 높였으며, 트랜스젠더들의 쇼인 티파니'알카자쇼 역시 관광객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이런 건 어떨까? 대구에 가면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놀이기구가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가면 '스트라토스피어 어트랙션'이라는 어머어마한 놀이기구가 있다. 300m 높이에서 탈 수 있는 것은 세 가지. 끝에 매달린 꼬마 공포열차 'X-Scream', 첨탑에서 한방에 떨어지는 'Big Shot', 꼭대기에서 빙빙 도는 'Insanity'. 이 세 가지는 전 세계 놀이기구 마니아들에게 극한의 스릴을 제공하고 있다. 우방랜드에도 '스카이점프'라는 기구가 있지만 국내 관광객들에게조차 식상한 상태이다.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것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때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베이징의 천안문 등과 같이 대표적인 상징물이 있다. 그런데 대구에는 고층의 주상복합건물이 랜드마크를 자처하는 수준이다. 김경대 경주대 국토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대구시 차원에서 역사와 전통이 어우러진 상징축이나 거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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