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강·들 기운 받고 비경 만끽…"오감 즐거운 길"
제주에는 올레길이 있지만, 상주에는 'MRF 이야기 길'이 있다. MRF란 산길(Mountain Road)·강길(River Road)·들길(Field Road)을 걷는 코스다. 'MRF 이야기길'의 개발자는 상주시청 문화체육과 전병순(55) 문화예술 담당이다. 전 담당은 2008년 말부터 매주 토'일요일 상주 전역을 다니며 다양한 이야기 길을 만들었다.
'낙동강 길'과 '초원 길', 역사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아자개성 길', 솔 향기와 소라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숨소리 길' 등 다양하다. 전 담당은 "이 길들은 산길과 들길, 강길을 포함해 평탄하면서 아름다운 비경지와 관광지를 연계하여 개발했기 때문에 걷기가 편안한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산길에서는 산 기운을, 강길에서는 강 기운을, 들에서는 들 기운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오감만족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차 트렁크 속에 다양한 기구들을 가득 싣고 다닌다. 그만큼 MRF 이야기 길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현재 상주에는 MRF 동호회가 결성돼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정기 탐방을 하고 있다.
특히 전 담당은 이야기 길을 개발하면서'낙동강 오리알'이란 말의 유래는 상주라고 주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낙동강의 유래는 상주의 옛 지명인 상락(尙洛) 또는 낙양(洛陽)의 동쪽에 흐르는 강이라고 하여 낙동강(洛東江)이 된 것"이라고 밝힌다. 특히 낙동강에서 가장 경치가 뛰어나다는 '경천대'아래쪽에 20만941㎡ 규모의 면적을 가진 하중도가 있는데 이 하중도가 바로'오리알 섬'이라는 것. 전 담당은 "낙동강 오리알의 이야기는 오리알 섬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했다.
옛날에 학 한 마리가 낙동강 하중도에 살던 금개구리를 잡아먹은 후 봉황이 되었고, 그 소문이 전국에 퍼져 학 무리는 물론, 오리와 꿩까지 봉황이 되고 싶은 욕심으로 하중도에 날아들게 되었다는 것. 이런 이유로 산란 때는 둥지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이 끊이지 않았고 그 결과 학의 둥지에서 꿩병아리가 나오기도 하고, 오리 새끼가 나오는 진풍경이 펼쳐졌다는 것. 이때 남의 둥지에서 태어나 외톨이가 된 새끼들을 일컬어 '낙동강 오리알'이라고 불렀다는 것. 한편 '오리알 섬' 하중도는 낙동강 개발사업에 포함돼 '낙동강 오리알'의 근원지로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 마구잡이 개발 부작용 불거져
제주도의 올레길이 유명세를 타면서 지방자치단체들마다 올레길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관광객 유치가 목적이다. 하지만 지역마다 등산로 개발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등산로 개발에 나서는 시'군에서는 "별다른 소득원이 없는 농촌지역에 관광객을 유치하여 관광 수입을 올리기 위한 지역개발 차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연보호 단체들은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지자체 수입보다 우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올레길 등 산지 개발에 따른 폐해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시·군들이 너도나도 올레길 형태의 등산로 등을 개설한 후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산나물이나 야생초, 약초 등을 마구 채취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양한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었는데, 일부 몰지각한 사람이 산을 샅샅이 뒤져 싹쓸이해 갔다"고 말했다.
상주시의 경우 2년 전 33㎞ 구간에 85억원을 투입해 '낙동강 투어로드'를 개설했다. 낙동강변을 따라 자전거 투어로드를 개설하면서 비봉산 정상까지 넓은 포장도로를 만드는 바람에 자연경관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많은 돈을 들여 자전거 투어로드를 개설했지만, 정작 자전거 투어로드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고령의 왕릉길에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고령군이 왕릉 주변을 정비하면서 왕릉 오름길의 중간 부분을 돌길로 만들어 도리어 자연을 훼손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왕릉길을 오르는 사람들은 많은 돈을 들여 만들어 놓은 돌길을 피해 가장자리 흙길을 이용하고 있어 새로 개설한 중심 돌길이 도리어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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