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구경북 곳곳에는 마치 선거철을 방불케 하는 현수막이 거리를 에워싸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비장한 결의와 절박함이 담겨 있다. 언론, 정치, 사회단체, 시도민이 똘똘 뭉쳐 신공항 밀양유치를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대구경북 시도민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이렇게 똘똘 뭉쳐본 일이 있었던가.
여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3대 도시인 대구가 4대 도시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고, 상대적으로 발전하는 타 시도에 비해서 대구는 추락을 거듭해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8년째 꼴찌만 거듭하고 있다. 대구 부채 2조7천676억원에 한 해 이자만 737억원, 대구시민 1인당 71만원 꼴이다. 밀양 신공항이 암울한 대구경북 발전에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정치인만 믿을 수 없다는 절박감에 시도민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역사적으로 거물 정치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도시가 대구다. 상대적으로 가장 정치인의 도움을 받지 못한 도시가 대구이다.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정치인 때문에 망친 도시가 대구다. 규모에 비해서 직할시가 늦게 된 도시가 대구다. 이유는 대구 돈이 타 지역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대구 사람이라면 1980년대 대구를 완전 마비시킨, 대구경제 쇼크 제1호인 광명건설 부도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광명부도를 초래한 것도 정치인이었고, 그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게 한 것도 정치인이다. 은행 돈줄이 끓긴 광명은 부도를 내지 않기 위해서 복덕방을 통하여 고액의 선이자를 미끼로 서민들의 돈을 마구 끌어들였다. 이로 인해 패가망신 자살자가 수없이 많았다.
그 당시 거물 정치인 70%가 대구경북 출신이었다. 다른 건설회사에 그 흔한 인수 합병(M&A)을 시켜 대구 시민을 살려냈어야 했다. 남의 일인 양 팔짱만 끼고 있었다. 30년 집권 그 좋은 시절, 울산공업단지나 포항제철이나 구미전자단지 같이 굵직한 기업 하나 유치해 놓았으면 대구가 지금과 같이 이렇게 절박하지는 않을 것이다.
5공, 6공 시절 타 지역은 발전시키고, 대구는 집 앞에 다리 하나 놓지 않았다. 삼성자동차도 부산으로 빼앗기고, 섬유발전의 기틀이 되었던 제일모직, 대한방직, 코오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래도 대구경북 사람은 일편단심 몰표를 몰아주었다. 장기 집권을 해도, 대구에 내려온 지 한 달도 안 된,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에게 금배지를 달아주었다. 보수적인데다 황소같이 우직한 의리와 약삭빠른 계산을 모르는 경상도 기질 때문이다.
이렇게 변함없이 밀어줬지만 대구는 푸대접을 면치 못했다. 2010년 12월 통과된 국회예산안(SOC)을 보면 초라한 성적표에 분통이 터진다. 호남 49%, 충청 27%, 대구경북 8%, 지난해도 14위를 차지했다.
대구 정치인들이 이래서 안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 대구의 고질병 치료를 위해 무능한 정치인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소리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
미국 사람은 뛰면서 생각하고, 중국 사람은 뛰기 전에 생각하고, 스페인 사람은 뛰고난 후에 생각하고, 일본 사람은 뛰기 전에도, 뛰고 난 후에도 생각하고. 한국 사람은 뒤로 뛰면서 생각한다고 한다. 왜? 뛰기 전에 지연, 학연, 혈연부터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지연 학연 혈연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지역 이기심을 떠나 대구와 경북이 너무 낙후됐기 때문이다.
밀양공항도 처음에는 정치인들은 위(공천)의 눈치 보느라 적극성을 띠지 않았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삭발이라도 해야 한다. 지역 현안은 안중에도 없고,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대구경북사람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한번 화가 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4'19의 아버지요. 5'16의 할아버지인 2'28이 대구에서 일어났고, 국채보상 운동이 대구에서 일어나 전국에 메아리쳤다.
국가백년대계는 정치논리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균형발전, 경제성, 생존권, 안전성, 필요성을 비교해 볼 때, 신공항은 반드시 밀양에 건설되어야 한다. 이것은 2천만 명의 염원이자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최선책이다.
송일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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