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소금의 '식탁 공습'이 시작됐다

입력 2011-03-10 07:31:01

소금의 역습/클라우스 오버바일 지음/배명자 옮김/가디언 펴냄

우리 식탁의 단골메뉴 김치, 젓갈, 찌개 등에는 권장량을 초과하는 소금이 들어있다.
우리 식탁의 단골메뉴 김치, 젓갈, 찌개 등에는 권장량을 초과하는 소금이 들어있다.

인간의 소금에 대한 욕구는 식욕처럼 강하다. 역사적으로는 소금을 쟁탈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기도 했고, 소금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지정해 독점하기도 했다. '소금 포화기'라고 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도 소금에 대한 갈망은 여전하다. 거의 모든 음식에 소금을 뿌리고, 소금이 듬뿍 들어간 음식을 맛있다고 여긴다. 지나친 소금이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금 과다 섭취의 가장 큰 문제는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뇌졸중, 심장마비, 신장병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치매성 질환의 증가 역시 고혈압과 관련이 있다. 짠 음식이 위암 발생률을 10%가량 높인다고 한다. 게다가 한국인의 소금 사용랑은 세계 으뜸이다. 매 끼니 소금이 듬뿍 들어간 김치, 젓갈을 곁들이고, 국물과 장류를 즐겨 먹는다. 권장량보다 3배나 더 많은 소금을 먹는다고 한다.

책은 소금의 위험성과 짭짤한 맛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을 다룬다. 영양학적으로 소금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많이 먹으면 어째서 나쁜지, 소금을 과다섭취한 현대인은 어떤 위험에 처해 있는지 낱낱이 밝히는 것이다.

인체는 체세포로 구성돼 있다. 육체가 건강하려면 체세포가 건강해야 하고, 체세포가 건강하려면 수분이 충분히 유지돼야 한다. 건강한 체세포는 모두 200만∼300만 개 이상의 세포성분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세포성분들은 모두 물속에서, 즉 생명수 안에서만 제 역할을 수행한다. 수분이 부족할 경우 세포는 자기역할을 수행할 수 없고, 대부분의 건강 문제는 체세포의 수분 부족으로 발생한다. 체세포의 수분을 빼앗는 최악의 적은 바로 소금이다. 조난당한 선원이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실 경우 더한 갈증에 시달리고, 수분을 빼앗겨 죽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인체에 수분이 부족한 것은 물을 적게 마셔서가 아니라 너무 짜게 먹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소금은 잔인한 물 도둑인 셈이다.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인간의 몸을 습격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백색 알갱이 소금의 정체에 대해 조명한다. 소금이 체내에 들어가 매순간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 각 분야의 의사들을 인터뷰하거나 통계자료로 밝히는 방식이다. 2장에서는 소금이 유발하는 각종 질병을 다룬다. 고혈압을 비롯해 신장질환, 당뇨, 안(眼)질환까지 우리나라 성인 4대 질병으로 분류되는 것들이 모두 소금 과다섭취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3장에서는 비록 갖가지 부작용을 일으키지만 밥상에서 치울 수 없는 소금의 경제학과 필요성을 다룬다. 4장에서는 일상 속에서 소금을 줄이는 요령, 소금을 줄인 건강음식, 염분 배출을 돕는 음식에 이르기까지 소금을 줄이는 음식과 생활습관을 소개한다.

지은이는 소금의 부작용을 줄이는 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가능한 한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금 과다 섭취의 주범은 부엌이 아니라 슈퍼마켓에서 구입하는 가공식품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소에 섭취하는 소금 섭취량의 90%는 가공식품에 있다고 한다. 그러니 가정에서 음식을 만들 때 일부러 소금을 덜 넣기보다 가공식품 소비를 줄이는 것이 소금 과다 섭취를 막는 현명한 방법이다.

책은 자가진단으로 ▷음식에 소금이나 양념을 더 뿌려 먹는 편이다. ▷외식이나 배달 요리로 끼니를 자주 해결한다. ▷라면이나 찌개를 먹을 때 국물을 남김없이 먹는다. ▷평소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편이다. ▷꺼끌꺼끌한 잡곡밥보다는 흰쌀밥이 먹기 편하다. ▷요리할 때 허브로 간해본 적이 없다. ▷김치나 젓갈류를 좋아한다 등 7개 중 3개 이상에 해당하면 소금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부록으로 소금이 많이 함유된 식품과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이 많이 함유된 식품 목록을 덧붙이고 있다.

지은이 클라우스 오버바일은 독일의 의학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식품영양학자로 물, 설탕, 식초, 지방, 소금 등 특정 식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쉽게 설명하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15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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