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생 계주 시합 등 이벤트…유럽대회는 '시민 축제의 場'

입력 2011-03-04 09:30:25

김준 2011 대구대회 조직위 경기기획부장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김준 경기기획부장. 2011 대회 조직위 제공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김준 경기기획부장. 2011 대회 조직위 제공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김준 경기기획부장은 2008년 9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갔을 때 세계육상파이널(World Athletics Final) 대회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오전 11시쯤 되자 슈투트가르트의 고틀리에프 다임러 스타디움에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들은 슈투트가르트 주변 7개 도시 주민으로, 멀게는 30㎞, 가깝게는 6㎞ 정도 떨어진 도시에서 대회 시작 전에 맞춰 도착할 수 있도록 각각 주행거리와 출발시간 등을 고려해 뛰어서 이곳에 도착했다는 것. 김 부장은 "이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참가 시민들은 10~39유로 상당의 대회 입장권을 받아 무료로 대회를 관전할 수 있었다"며 "이들은 경기장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대회를 관전하는 등 이날 대회를 축제로 승화시켰다"고 했다.

이날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6만 경기장이 꽉 찼는데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대회 후 경기장에 모여 200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베를린대회 조직위에 대회기를 전달하는 것까지 동참했다. 이날 시민 참여 행사는 1993년 이곳에서 열렸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일에 맞춰 처음 시도했던 행사로 그 후로도 계속 하고 있다. 김 부장은 "문화 차이가 이렇게 클지 몰랐다. 이날 대회 때 초교 학생들의 800m 계주 시합까지 여는 등 대회를 시민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유럽의 육상 저변 확대와 인기 등 문화는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유럽에선 일반 어린이, 학생들도 각종 대회에 참가해 즐기고 대회 관람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의 육상 대회는 관계자들만 '하고 보는' 것으로 인식된, 한마디로 '관계자 외 출입금지' 행사라는 것. 또 선수들의 쇼맨십도 차이가 난다고 했다. 베를린 대회 남자 원반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딴 독일의 로베르트 하르팅은 역전 우승 후 상의 유니폼을 찢은 후 마스코트를 들고 달리는 세레모니를 선보여 독일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는 것.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육상 종목 중 하나가 바로 '10종(여자 7종) 경기'인 것도 유럽인들이 얼마나 육상을 좋아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10종(7종) 경기는 트랙, 투척, 도약 등 육상 전 분야가 포함돼 있어 한 번에 육상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종목이기 때문. 김 부장은 "유럽에서 종목 및 선수를 육성할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종목이 10종과 7종 경기로, 이 두 종목만을 위한 대회를 별도로 열 정도다"며 "이는 그만큼 유럽인들이 육상을 좋아하고 즐긴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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