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급 700만대 돌파한 스마트폰이 낳은 신풍속도
국내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지난해 말 700만 대를 돌파했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1천8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생활상도 많이 달라졌다. 도시철도(지하철)를 타면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보다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거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휴대폰 하나로 인간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 가를 실감하게 됐다. 하지만 편리함의 대가로 치러야 하는 반대급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 중독이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 놓질 못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대화할 때도 스마트폰 조작에 열중인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 낳은 신풍속도를 취재했다.
◆대면(對面)대화가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대면대화가 실종되고 있다. 상대방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대화의 기본 예의. 하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면 상대방 얼굴 대신 스마트폰을 보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대화의 기본 방식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24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의 커피전문점. 20대 여성 2명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모습같아 지나쳐 버릴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연신 수다를 떠는 그들의 시선이 머문 곳은 상대방 얼굴이 아니라 자신의 손이었다. 스마트폰을 이리 저리 조작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에 집중할 수 없다 보니 당연히 깊이 있는 대화는 불가능하다. 두 여성은 대화 도중 상대방의 질문을 제대로 듣지 못해 다시 질문을 하거나 형식적으로 고개만 끄덕이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연인들 사이에서도 스마트폰이 빠지면 대화가 안 되는 것이 요즘 세태다. 24일 오후 경북대 북문의 한 커피숍.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대학생이 스마트폰을 함께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연인이라면 서로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연스러울 법. 하지만 스마트폰 출현은 전통적인 데이트 풍경마저 바꾸고 있다.
◆가족간 대화도 단절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이 오프라인에서는 소통의 단절자 역할을 하고 있다. 친구, 연인뿐 아니라 가족간 대화마저 스마트폰에 잠식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한지수(28·여) 씨는 가족과 진지한 대화를 나눈 것이 참 오래된 일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온 가족이 함께 있는 휴일 아침에도 자신과 남동생은 스마트폰으로 트위터를 하거나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최근 스마트폰을 구입한 엄마도 스마트폰 재미에 빠져 가족간 대화가 뚝 끊어진 것. 그녀가 집에서 남동생과 대화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것은 트위터다. "엄마 나갔어? 점심 뭐 먹을래?" 바로 옆방에 남동생이 있지만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트위터로 하고 싶은 말을 주고 받게 되었다고 했다.
한 씨는 "스마트폰이 보급되지 않은 1여년 전과 비교하면 휴일 풍경이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 한집에 살면서 트위터로 대화를 하는 것은 참 우스운 일이다.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려고 생각하고 있지만 자꾸 스마트폰에 손이 가고 트위터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라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은 부부간 갈등 요인도 되고 있다. 벌써 '스마트폰 과부' '스마트폰 홀아비'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강미영(31·여) 씨는 최근 남편과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스마트폰을 구입한 후 남편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강 씨는 "요즘 남편이 퇴근 후 집에 와서 하는 일은 스마트폰을 갖고 노는 것이다. 휴일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줄 모른다. 함께 하는 일이 줄어들고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없어지면서 사소한 일에도 얼굴 붉히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부모뿐 아니라 아이들까지 스마트폰에 열광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성우(40 )씨는 요즘 퇴근 뒤 딸(5) 아이와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집에 들어서면 딸이 스마트폰을 보여 달라고 떼를 쓰기 때문이다. 딸의 성화는 얼마 전 교육용 어플을 내려받아 보여준 것이 발단이 됐다. 스마트폰에 재미를 들인 딸 아이는 교육용뿐 아니라 게임 어플까지 내려받아 사용할 만큼 스마트폰에 푹 빠져 버렸다. 이 씨는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어플을 내려받아 실행하는 것을 보고 기특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스마트폰에 중독될까 걱정이 앞선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갖고 노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놀며 이야기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모임 분위기도 스마트폰이 좌우
중소기업에 다니는 권준수(38) 씨는 최근 부서원들과 회식을 했다. 반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다 베이컨의 '우상론'이 논란거리가 됐다. 참석자 가운데 누구도 4가지 우상론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한 사람이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 검색으로 사실을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궁금증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모임 풍속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섣부른 주장을 펼치다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 회사원 장모(34) 씨는 최근 친구와 술을 먹다가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들이 따낸 금메달 숫자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장 씨는 획득한 금메달이 12개라고 주장한 반면 친구는 13개라고 맞서 결국 그날 마신 술값 전부를 지불하는 내기를 하게 됐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결과 13개로 밝혀지면서 장 씨는 2, 3차 술값까지 합쳐 30여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투폰족 증가
서인주(32) 씨는 2대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투폰족'이다. 그는 스마트폰을 갖고 싶었지만 기존 휴대폰 약정 기간이 끝나지 않아 휴대폰을 선뜻 바꾸질 못하고 있었다.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해지한 뒤 스마트폰으로 갈아탈까를 고민하다 아예 신규 번호를 하나 만들어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됐다. 그는 "해지에 따른 비용과 신규 번호개설에 따른 비용을 비교한 뒤 신규 개통을 하게 됐다. 기존 휴대폰은 문자를 주고 받거나 통화를 하는데 쓰고, 스마트폰은 SNS를 통해 인맥을 쌓거나 인터넷을 즐기는데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투폰족이 급증하면서 국내 휴대전화 보급률은 지난해 100%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1인 2폰시대의 기폭제가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2년 약정에 묶인 기존 휴대폰을 해지하지 않고 보유하는 가입자가 늘면서 투폰족도 크게 증가했다는 것.
전문가들은 1인 2폰 시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마트폰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유심 이동자유화 정책, 제4 이동통신 육성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어 필요에 따라 휴대폰을 바꿔 들고 다니는 투폰족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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