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젊은층 '대구 탈출'…5년새 8만여명 줄어

입력 2011-02-25 10:31:31

학교만 졸업하면 대기업 찾아 수도권으로…지역 미래 암울

20, 30대 젊은층의 '탈대구' 현상이 심화돼 대구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젊은층은 변변한 일터가 없는데다 장기간 불황의 늪에 빠져있는 대구를 뒤로하고 학교만 졸업하면 일감을 찾아 수도권 등 외지로 떠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관계기사 3면

대구시의 '대구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20, 30대 대구 인구는 최근 5년 동안 큰 폭으로 줄었다. 2006년 20대는 38만3천722명, 30대는 43만4천629명이었지만 4년 뒤인 지난해 34만1천359명과 39만5천482명으로 각각 4만2천363명(11%), 3만9천147명(9%)씩 줄었다.

특히 30대의 인구 유출이 심하다. 2000~2005년 사이 30대 인구 유출은 2만4천946명이었지만 2006~2010년 간은 3만9천147명으로 유출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취업준비마저도 서울에서 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영남대 졸업생 정재현(29) 씨는 "대기업 입사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미리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대구보다 학원도 많고 취업 스터디도 세분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엔 의대 졸업생들마저 지역을 외면하면서 지역 대학병원 인턴 미달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대구지역 대학병원 4곳(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계명대 동산의료원·대구가톨릭대병원)에 따르면 2011년 인턴 모집에 경북대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병원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영남대병원은 51명을 모집하는 데 48명 지원에 그쳤고, 대구가톨릭대병원은 39명 모집에 34명이 지원해 미달됐다. 특히 동산의료원은 55명 정원에 31명만 지원해 대거 미달됐다.

지역의 젊은 변호사 '가뭄 현상'도 심각하다. 대구지방변호사협회에 따르면 대구에 등록된 변호사(전체 356명) 중 40세 이하는 54명(15%)에 불과하다. 서울과 수도권, 부산에 비해 경제 규모가 작고 기업이 적은 대구의 경우 사건 수요가 많지 않아 선임료가 전국에서 최하위 수준이어서 젊은 변호사들이 외면한다는 것. 또 지역에 연고지를 둔 젊은 변호사들조차 일감을 찾아 타지에서 개업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지역 기업을 육성하고 지역의 우수 인재들을 흡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대 이재훈 교수(경영학과)는 "지자체가 대기업 유치에만 목맬 것이 아니라 지역에 있는 기업을 지원해 젊은이들이 '가고 싶은 기업'을 만드는데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며 "이들 기업에서 채용할 때도 '지역인재 할당제' 방식 등을 통해 지역에 정착할 인재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것도 젊은층의 대구 이탈 현상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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