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바버라 스트로치 지음/김미선 옮김/해나무 펴냄

입력 2011-02-24 07:38:15

인간의 뇌가 50세에 가장 뛰어나다구?

나이 50이면 '머리가 굳었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50세에 가장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심리학자 윌리스와 그녀의 남편 워너 샤이는 1956년부터 40년 넘게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사람의 정신적 기량을 추적했다. 그 결과 중년에 속하는 40대에서 60대가 남녀 구별 없이 패턴인지, 어휘, 공간감각, 귀납적 추리 영역에서 20대보다 높은 성적을 받았다. 그런데 어째서 50대들은 '머리가 영 안 돌아간다'고 하소연하는 것일까.

중년의 뇌가 과소평가된 까닭은 기억력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노화=상실'이라는 육체의 일반적 특징과 새 문제와 맞닥뜨리기를 싫어하는 '나이 든 사람의 경향' 때문이다. 옛 뇌연구가들이 노인의 뇌와 젊은이의 뇌를 비교할 때 흔히 복잡한 추리를 하기 어려운 매우 나이 든 노인들만 대상으로 연구한 이유도 있다. 그러나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년의 뇌는 여러 분야에서 청년보다 훨씬 뛰어난 수행능력을 보인다.

지은이는 중년의 뇌는 강력한 시스템으로 복잡한 문제의 해결책을 쉽게 찾아내며, 패턴을 잘 인식하기 때문에 어떤 연령보다 신속하게 핵심 상황을 파악한다고 말한다. 매일 수백 통의 메일을 주고받으면서도, 복잡한 거래를 성사시키고, 크고 작은 자산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가정의 소소한 일까지 챙길 수 있는 것은 이 강력한 시스템 덕분이다. 지은이는 중년의 뇌가 얼마나 과소평가돼 있는지를 뇌과학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하나하나 밝혀나가면서, 뇌의 수행 능력이 중년을 통과하면서 어떻게 향상되는지를 설명한다.

중년의 뇌는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조금이라도 관계 있는 정보를 접하면, 청년의 뇌보다 더 빨리, 더 영리하게 패턴을 분별하고 논리적 결론에 도달한다. 또 이질적인 실마리를 한데 묶어 새로운 전체를 만드는 성향이 커지고, 작은 그림을 보고 큰 그림을 잘 파악해낼 수 있다.

지은이는 '나이가 들면 뇌도 같이 늙는가?'라는 질문에 '결코 아니다'고 답한다. 뇌과학자들은 뉴런의 긴 팔을 덮고 있는 미엘린(말이집, 수초)이 이마엽(전두엽)과 관자엽(측두엽)에서 중년이 될 때까지 계속 증가해 50세 무렵 절정에 이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엘린은 마치 절연물처럼 작동해 신호를 더 빨리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어린아이들은 손을 세심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지만 성장함에 따라 미엘린이 증가하면서 여러 근육을 더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미엘린이 많아지면 뉴런은 신호를 보낸 뒤 다음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상태로 더 빨리 회복된다. 미엘린이 망가지면 몸의 균형도 잡을 수 없게 된다.

두 번째로 중년의 뇌는 긍정적인 자극에 더 잘 반응한다. 그런 까닭에 청년보다 중년은 긍정적이고, 쾌활하며, 낙관적이다. 지은이는 '긍정적인 자극에 더 잘 반응하는 뇌는 게으른 뇌가 아니라 명석한 뇌'라고 말한다.

세 번째로 중년의 뇌는 '양측 편재화'라는 특징을 지닌다. 어떤 과제를 해결할 때 청년의 뇌는 좌뇌 혹은 우뇌 한쪽을 사용하는 경향이 짙고, 중년의 뇌는 좌뇌와 우뇌 모두를 사용해 해결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중년의 뇌는 매력적이고 훌륭하다. 그러나 이 훌륭한 뇌는 가꾸기에 따라 오래 유지될 수도 있고, 짧은 시간 안에 시들어버릴 수도 있다. 이에 관한 한 연구가 아직 더 필요하다. 지은이는 "대체로 ▷교육을 더 많이 받은 중년의 뇌(공부를 계속하는 뇌) ▷동물실험결과 적당한 운동을 병행할 때 ▷블루베리, 말린 자두, 건포도 등 활성산소흡수능력 수치가 높은 음식을 많이 섭취할 때 ▷약한 수준의 스트레스가 가해질 때(일각의 주장)▷'브레인 피트니스'라는 뇌 훈련 게임을 종종 할 때 중년의 뇌는 더 오래 명석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미국 버클리대학교를 졸업했으며, 현재 뉴욕타임스 의학 및 건강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331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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