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명품 브랜드의 조건

입력 2011-02-23 09:40:10

기업에서는 브랜드명 외에 강력한 홍보 용어들을 별도로 사용하여 성공한 경우가 많다.

수십 년 전 모 전자회사에서 신기능의 냉장고를 출시하면서 '다목적 냉장고'란 이름으로 고객에게 다가갔다. 그 당시 필자가 다녔던 LG전자에서는 '전천후 냉장고'라고 이름 붙여 상당한 재미를 보았고 한술 더 떠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문구로 고객을 크게 사로잡은 적이 있다.

미국에서도 홍보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뉴욕 주에서는 '아이 러브 뉴욕'이라는 문구로, 버지아 주는 '예스 버지니아'로 방문객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컬러풀 대구, 다이내믹 부산, 하이 서울, 세계 속의 경기도 등의 표어로 각 지자체마다 방문객 유치 홍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같이 적절한 명명이나 브랜드명은 마케팅에서 절반의 성공을 보장해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대구의 도시마케팅과 관련하여 관문부터 명명이 잘못돼 큰 손해를 보고 있다. 주식회사 대구로서는 엄청난 손실이다.

동대구역의 모습이 고가교 확장과 복합환승센터 건설 등으로 크게 변할 예정이다. 보다 크고 세련된 새로운 모습으로 고객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노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동대구역을 이용할 때마다 나를 안타깝게 하는 것이 있다. 동대구역은 개설될 당시 대구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이용객도 많아 항상 붐볐다. 그런데 왜 대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기차역을 동대구역으로 부르고 말았을까. 그 당시 대구역을 대구본역으로 동대구역을 대구역으로 부르는 생각은 해보지 못한 것일까. 시민들의 혼란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겠지만 도시를 마케팅하는 입장에서 KTX가 정차하고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관문의 이름에 대구라는 이름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손해다.

외지인은 대구에 오지만 대구역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대구를 상징할 수 있는 대구역이라는 최고의 명품 브랜드가 수십 년째 사장되고 있다. 외지인들에게는 대구에는 동대구만 있고 대구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로 인해 대구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기회가 상실된다. 경제적'관광적 측면에서의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감히 제안해 보고 싶다. 이참에 동대구역 이름을 대구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바꾸면 어떨까. 올해 대구에서 개최될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대구 방문의 해를 즈음하여 대구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계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름이 동대구역이기 때문에 흔한 '컬러풀'이라는 수식어도 동대구역 이름 앞에 붙이지를 못하는 것이 아닌가. 컬러풀 대구역은 가능해도 컬러풀 동대구역은 불가능하다.

지금 대구에 있는 검단, 성서산업단지 등은 대구경북 사람들은 잘 알지만 외지인들은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른다. 처음부터 대구 1, 2산업단지 등으로 작명하였으면 더 큰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반문해 본다. "기업하기 좋은 성서산단, 대구에 있습니다"라는 표현과 "가칭, 대구 제1산단에 세계인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문구 중에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일까.

한편 기존의 것을 축약해 사용함으로써 그 정체성이 상실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요즘 대구경북권을 줄여서 대경권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서울사람들이 어디를 지칭하는지 알기는 할까. 우리 스스로 모두가 알 수 있는 대구경북권이라고 불러야만 우리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줄여서 부르는 이름이 상대방이 알지 못하고 애매하다면 일부러 줄일 이유가 없다.

명품 브랜드는 누구나 쉽게 기억해야 오래 살아 남는다. 대구의 브랜드가치가 높일 수 있다면 동대구역명을 바꾸는데 한시라도 망설일 이유가 없다. 이름을 바꾸어서 성공한 사례들이 있지 않는가. 금성사가 LG전자로, 현대전자가 하이닉스로, 심지어 나라이름도, 자기이름도 바꾸지 않는가. 조만간 외지인들의 입에 동대구역이 아닌 대구역으로 불려지는 때가 곧 오길 기대한다. 서울역, 부산역이 모두 명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구를 알리는데 대구역 만큼 좋은 브랜드가 어디 있을까.

김태형(엑스코 경영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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