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되는 대구경북 기업 구인난
대구경북 기업들의 구인난이 갈수록 구조화되고 있다.
제조업 경기 상승과 공장 증설 등으로 신규 인력을 뽑는 업체들이 늘고 있지만 경쟁력 있는 직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때문이다.
지역 업체 인사 담당자들은 "좋은 조건을 내걸어도 구직자들이 지역 소재 업체란 이유만으로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 구인난이 지방에서 기업 하기 어려운 요인이 되고 있을 정도"라고 했다.
◆간판보다는 실속을
"1년차 초봉이 3천만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신입사원 뽑기가 만만치 않네요."
연간 매출이 1천억원에 이르는 대구 중견 제조업체인 A사. 지난 연말 30여 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 이 회사는 사원 선발에 애(?)를 먹었다. 경쟁률은 그나마 30대 1을 넘었지만 회사 측이 원하는 스펙을 가진 지원자가 많지 않은 때문이었다. A사 간부는 "수도권 기업이 이 정도 조건을 내걸면 경쟁률이 수백 대 일을 넘었을 것"이라며 "우수 인재들이 지역 소재 업체라면 아예 눈길을 주지 않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구인난(?)은 지역 업체마다 비슷하다.
매출액 기준 국내 1천대 기업에 속하더라도 지역 소재 기업이라는 이유로 구직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
지난해 지역 대학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참석했던 B업체는 수모를 당했다. IT분야 업계에서는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는 기업이지만 고작 부스에 19명만이 찾았기 때문이다.
이 업체 담당자는 "수도권 대학에서는 취업 설명회장이 꽉꽉 들어찰 정도로 열기가 뜨거운데 대구는 이상하게 학생들이 없다"며 "대기업을 좇는다고 뭐라 할 것은 못 되지만 기업의 특징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실속'보다 '간판'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대학별 취업지원 담당자들은 "알짜 기업들이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나면 다음부터 대구에서 취업설명회를 열기 꺼린다"며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지역 기업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가 낮다"고 말했다.
◆중소업체는 고질적 구인난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하다. 3공단을 비롯해 주요 공단마다 기능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업체들이 많은 것. 기업 인사 관계자들은 구인난이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사무소는 "급여와 현장 여건이 좋지 않은 업체들도 있지만 괜찮은 조건을 내걸에도 전반적으로 일할 사람 구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세 업체들은 구직난으로 가동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자동차부품 업체인 C업체는 몇 달째 기계 설계를 담당할 직원을 뽑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체 담당자는 "큰 기업과 비교해서 연봉에 큰 차이가 없지만 구직자들이 소기업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사람을 뽑아놔도 다른 곳으로 가기 전에 잠시 들르는 '정류장'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달성이나 고령 등 대구 도심에서 떨어진 공단의 경우는 고질적인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외곽 공단 업체 관계자들은 "힘들게 사람을 뽑아도 한두 달 일한 뒤에는 교통이 불편하다며 이직을 하는 사례가 많다"며 "제조업 경기가 살아난 때문인지 요즘 들어 사람 구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했다.
실제 대구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업체에서 의뢰한 구인 건수와 수는 3천715건에 7천749명. 하지만 실제 구직으로 연결된 경우는 2천496명에 그친다. 대다수 업체가 사람을 구하지 못한 셈이다.
지역 업체 관계자들은 "대졸자들이 대기업만 바라보고 있다"며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기업에 관한 자료를 인터넷에서만 확인해도 알짜 기업임을 알 수 있을 텐데 지역 기업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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