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가덕도 이래서 안된다] ②접근성 비교

입력 2011-02-17 09:27:26

창원 41분, 구미 55분…호남서도 30분 이상 더 걸려

부산 벡스코에서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인 가덕도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하는 황령터널 입구는 밀려드는 차량들로 심각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부산 벡스코에서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인 가덕도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하는 황령터널 입구는 밀려드는 차량들로 심각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허남식 부산시장은 신공항 후보지인 가덕도의 접근성을 문제 삼는 언론 인터뷰 때마다 "접근성만 따진다면 인천공항 역시 경기도 한복판에 들어서야 했다. 접근성은 첨단 교통수단으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도권 및 지역 전문가들은 인천 영종도와 부산 가덕도는 입지 조건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접근성만 따질 때 부산 가덕도는 고속도로나 철도, 지하철 연계망이 잘 갖춰진 인천과 달리 교통 인프라가 아주 취약하다는 것. 밀양은 기존 교통 인프라로 영남권뿐 아니라 호남·충청권에서도 쉽게, 또 빨리 접근할 수 있지만 가덕도는 단일 접근로밖에 없어 교통수단 보완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취약한 가덕도 교통인프라=10일 경남도는 동남권신공항 후보지 접근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경남도의 접근성 분석은 영남권을 비롯한 주요 도시 시청을 기점으로 밀양과 가덕도 두 후보지까지 접근하는 최단거리 도로노선을 선택한 뒤 상용GPS 모의 주행시험을 통해 이뤄졌다. 두 후보지 모두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도로노선까지 함께 적용했다.

분석 결과 가덕도의 접근성은 다시 한 번 취약성이 드러났다. 부산시청~가덕도 거리는 42㎞로 부산시청~밀양 하남읍(59㎞)보다 17㎞ 짧지만 소요 시간은 두 후보지 모두 71분으로 같게 나온 것.

이에 대해 경남도는 "가덕도로 접근하려면 녹산공단을 반드시 경유해야 한다. 하지만 거가대로(거제도~가덕도)가 개통되면서 하루 2만여 대 이상의 교통량이 추가로 발생해 녹산공단 및 부산신항만 주변도로의 교통정체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반면 "밀양의 경우 함양∼울산 고속국도 건설, 남해고속도로 확장, 국도(14호, 25호)·국지도(60호)·지방도(1008호) 등 신공항 예정지 접근도로 건설 및 확장, 밀양~진주 KTX 확장 등 주변 도로 접근성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번 분석에서 준공 및 확장 도로노선을 적용한 결과 대구, 구미, 포항 , 울산 등 영남권 주요 도시의 밀양(하남읍) 접근 시간은 1시간대로, 2시간 가량 걸리는 가덕도보다 훨씬 빨랐다. 시청을 기점으로 대구~밀양은 75㎞거리에 72분이지만, 가덕도는 129㎞에 127분으로 나타나 거리와 시간이 각각 54㎞, 55분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창원(밀양 17분, 가덕도 58분), 울산(밀양 65분, 가덕도는 100분), 구미(밀양 93분, 가덕도 148분), 경주(밀양 75분, 가덕도 114분), 포항(밀양 103분, 가덕도 142분) 접근성 역시 밀양의 우세로 나타났다

호남권 시·도민들에게도 가덕도보다 밀양이 훨씬 편리하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광주~밀양은 240㎞에 179분이 걸리는 반면 가덕도는 274㎞에 212분으로 나타나 거리와 시간을 각각 34㎞, 33분이나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주의 접근성 또한 밀양(210㎞, 153분)이 가덕도(271㎞, 220분)보다 우위에 있다.

특히 영호남을 잇는 88고속도로가 2015년 확장 개통되면 밀양 접근성은 갈수록 나아진다. 총연장 182㎞의 대구~광주 구간은 현재 거리에서 확장 개통 후 140㎞까지 줄어들고, 제한속도 역시 기존 시속 80㎞에서 100㎞로 상향 조정된다. 현재 2시간 30여 분의 주행거리가 1시간 30분으로 줄어들어 밀양까지의 거리도 2시간대로 줄어든다.

광주시 신체장애인복지회 김재기 회장은 "광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는 것이 부산 가덕도보다 접근성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천문학적 연계교통망 건설비=부산은 영·호남권 시·도민들이 이용하기에 가덕도보다 밀양이 더 편리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연계교통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대심(大深)철도, 자기부상열차 등 부산이 주장하는 연계 교통망을 구축하려면 신공항 건설비와 맞먹는 돈이 든다.

특히 허남식 부산시장은 "신공항이 완성되는 2020년까지 부전역~가덕도 땅밑 40m 아래의 32㎞ 구간에 대심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수차례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터무니없는 발상이라고 반박한다. 지하철 1㎞당 건설비로 1천억원 가까이 소요돼, 총연장 32㎞ 공사비로 3조2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

부산 일각에서 주장하는 부전역~가덕도 자기부상열차(시속 200㎞) 역시 현실성이 없기는 마찬가지. 자기부상열차의 건설비 또한 1㎞당 600억~700억원이 든다.

대구경북연구원 정웅기 박사는 "동남권신공항은 인천공항의 3분이 1 수준으로, 수요가 더 적다. 정부가 천문학적 국비를 투입해 대심철도나 자기부상열차를 건설해 줄 리가 없다"며 "부산역에서 가덕도까지 KTX를 연결해 대구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발상도 정부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준·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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