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되는 로봇청소기
김윤숙(37·여) 씨는 1개월 전에 구입한 로봇청소기 덕분에 요즘 한시름 놓았다. 일반 청소기에 길들여있다 보니 김 씨는 구입 직전까지 로봇청소기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김 씨는 "몇 개월을 망설이다 결단을 내렸는데 구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그녀는 지금껏 집안 청소가 골칫거리였다. 남편의 비협조로 직장에 다니면서 자식 뒤치다꺼리에 빨래, 청소까지 도맡다 보니 자연스레 청소는 뒷전이 되는 것. 김 씨는 "주말에 1차례 대대적인 청소를 하는데 이마저도 미룰 때가 자주 있다"고 했다. 하지만 로봇청소기를 구입해 놓으니 버튼 하나로 자동 청소를 해줘 몸과 마음이 훨씬 수월해졌다. 김 씨는 "사람이 직접 구석구석 청소한 만큼은 아니지만 거실과 방 대부분을 청소해주니 편하다"고 했다.
최근 로봇청소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자기가 알아서 청소하고 충전까지 하다 보니 집안 청소 하나만큼은 신경을 꺼도 되기 때문. 특히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에게 인기 만점이다. 가격도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진데다 다양한 기능까지 추가돼 이제 가정에서 로봇청소기가 구매 고려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중화된 로봇청소기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대형가전매장 2층에는 로봇청소기 부스를 출입구 앞쪽에 배치했다. 이는 그만큼 로봇청소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는 방증이다. 하이마트 범어점 황병훈 팀장은 "로봇청소기는 2년 전만 해도 한 달에 2대 정도 나갔으나 최근에는 한 달에 20~30대 정도 팔리고 있다"며 "30대부터 40대 중반까지의 연령층이 주소비층"이라고 말했다.
판매 신장은 이 매장만의 일이 아니다. 업계는 로봇청소기 국내시장 규모가 2004년 7천 대에서 지난해 30만 대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로봇청소기의 판매 급증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이 맞벌이 부부와 독신가구의 증가, 그리고 여가에 대한 관심 등으로 청소 자체를 로봇에게 맡기는 추세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 초창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모델들이 꽤 나온 것도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황 팀장은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로봇청소기 가격이 200만원이 넘었다. 그렇다 보니 일부 부유층만 구입하고 서민들은 구입을 아예 생각지도 못 했다"고 했다. 반면 지금은 30만~90만원대의 중가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돼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또 3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소기업 제품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LG와 삼성 등 대기업이 로봇청소기 시장에 적극 진출한 것도 대중화의 촉매제가 됐다. 대기업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로봇청소기에 집중 투자를 하면서 성능과 디자인, A/S 등을 한층 높인 것이다.
◆로봇청소기 3+1 체제
로봇청소기는 국내산과 외국산 등 다양한 제품들이 시중에 나와있다. 하지만 현재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사랑받고 있는 제품은 대략 3종으로 나눌 수 있다. LG전자 '로보킹'과 삼성전자 '탱고', 아이로봇 '룸바' 등이다. 여기에 최근 로봇청소기 제조전문기업 마미로봇의 '마미로봇'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쏠쏠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LG전자가 2009년 출시한 '로보킹 듀얼아이'는 청소기가 스스로 자신의 위치와 주변 지리를 파악하는 상부 카메라와 바닥만 촬영하는 하부 카메라를 장착해 청소를 기존 제품보다 30% 이상 빠르고 꼼꼼하게 한다고 자랑한다. 특히 지그재그 방식과 복잡한 공간 청소에 용이한 공간확장 방식 등의 스마트 주행 방식을 추가했다. 또 기존 63㏈ 수준이었던 소음을 사람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50㏈까지 낮췄다.
삼성전자 '탱고'는 카메라로 위치를 인식해 청소하는 비전 방식이다. 초당 30회 간격으로 스스로 집안 내부를 촬영하면서 청소 영역을 인식해 구석까지 청소한다. 카메라 이외에 13개 센서가 청소영역을 감지, 청소력을 극대화하며 13개의 센서가 문턱·계단 등 위험 영역을 인식해 안전사고를 막는다고 업체는 설명한다. 특히 적외선 센서 기능을 갖춘 'i-지킴이'는 사용자가 임의로 가상의 벽을 만들어 청소를 더욱 효율적으로 하게끔 돕는다.
세계적인 로봇업체 아이로봇의 '룸바' 시리즈는 차별화된 인공지능을 강조한다. 다른 제품이 미리 정해진 노선을 따라 청소를 진행하면서 그때그때 들어오는 정보에 따라 이를 수정하는데 반해 룸바는 자체 인식한 정보를 바탕으로 초당 67회, 분당 4천여 회씩 계산해 가장 합리적인 청소 계획을 매 상황마다 스스로 만들어 적용한다는 것이다.
마미로봇의 '마미로봇'은 누리꾼들의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제품 '마미로봇 세비앙'은 3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성능도 대기업 제품에 비해 뒤지지 않아 실속파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마미로봇은 동시에 진공청소와 물걸레 청소를 함으로써 미세먼지나 머리카락, 강아지털 등 놓치기 쉬운 부분의 청소를 말끔히 해결해주며 비닐 장판과 나무판 등을 사용하는 한국의 주거 상황에 적합하다고 자랑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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